[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민규 기자] 지난달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한 '우리사랑'(우리사주조합) 및 '우리비즈니스클럽'(거래기업) 컨소시엄이 13일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최종 입찰 시까지 200억원 내외의 인수 자문 비용과 실사 비용을 부담하면서 매각 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워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이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우리금융 매각에 유일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 컨소시엄의 불참 선언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우리금융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며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주도하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단독입찰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줘가며 무리하게 입찰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중요한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원론적 입장이다. 하지만 11년이나 방치돼 온 우리금융 민영화를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로 선회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달 26일 있었던 우리금융과 자회사 경남ㆍ광주은행 매각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에서 우리금융에만 11개 잠재투자자가 LOI를 제출해 일단 성공적인 흥행이 보장되는 듯 했다.
하지만 보고펀드와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 등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한 입찰 참여자 중 정부 지분 전량 인수의사를 밝힌 곳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사주조합과 거래기업 등 과점(寡占) 주주로 구성된 컨소시엄만이 56.97%의 정부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독자민영화를 추진해왔다.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정부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계없이 민영화를 추진해야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막대한 규모의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금융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금융 측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우리금융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다수의 투자자들로 구성돼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민영화가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 정부에서는 일부 지분을 처분해 공적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블록딜(Block Dealㆍ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장 시작 전이나 장이 끝난 후에 시간외매매로 대량으로 주식을 넘기는 매매)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새로운 매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 경우 블록딜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공적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지만 '주인찾기'는 상당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어 정부의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김민진 기자 asiakmj@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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