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은 단일 통화를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유로존의 위기는 유로통화체제의 결합 때문이며 결국 위기 해결은 자국화폐를 부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이 12일 발표한 보고서 ‘필사적인 노력에도 흔들리는 유로화’에 따르면 그리스·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스페인에서도 재정위기설이 감돌자 시장참여자들은 유럽존의 위기를 유로 단일통화제도의 구조적 결함에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화는 정지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너무 일찍 고도가 낮아지는 인공위성과 같다”며 “정치지도자와 정책 담당자들은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유로통화체계의 근본적인 재편 없이는 유로화가 계속 유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먼저 유로 단일통화제도가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유 연구원은 “현재 유로존 위기의 중심에 있는 아일랜드와 남부유럽 4개국(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의 경제수준이 유로존 통합 이후 북유럽 중심의 선진경제국들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높아갔다”며 “하지만 투입된 외국자본이 산업경쟁력이 취약한 이들 국가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999년에 시작한 유로존은 2007년까지 외견상 성공한 듯 했다. 유 연구원은 "환율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거래비용이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는 회원국간 대외경쟁력의 격차가 커지면서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로존이 단일통화 사용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적통화지역이 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생산요소의 높은 이동성 등이 충족돼야 하지만 유로화 16개국은 회원국 경제가 산업구조, 지리적 위치와 규모, 사회제도, 언어,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다양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통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회원국들이 유로체제의 현실적 대안을 합의해 상호 조율된 방식으로 제도적 이행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유럽의 정치적 현실에서 연방제적 재정통합은 수십 년이 지나도 실현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은 어떤 형태로든 회원국이 자국 화폐를 부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유 연구원은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새로운 대안을 도출하기 전에 경제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이 경우 위기는 유럽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