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개헌 논의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종료되면서 여권 일각에서 추진해온 개헌론이 재점화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개헌 논의의 공론화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분수령은 이달말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정책 의원총회다. 정책 의총에서는 부자감세 철회 논란은 물론 서민정책 문제뿐만 아니라 개헌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뒤 이후 야당 지도부와 접촉에 나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정치권은 현재 개헌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거의 없는 상태다. 87년 6월 민주항쟁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은 여러 한계가 뚜렷한 만큼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다. 실제 전체 여야 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186명의 의원이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개헌을 둘러싼 여야 각 정파와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과 관련한 구체적인 접점을 찾을 수는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우선 여권 내에서는 박근혜라는 강력한 차기 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친박근혜계가 현 정부내 개헌 추진에 부정적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를 중심으로 친이명박계는 개헌 논의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 개헌에 대한 합의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다 하더라도 야당의 반대를 넘기가 쉽지 않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개헌 불가론을 여러 차례 걸쳐 밝혀왔다. 민주당 일각에서 개헌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없지 않지만 공론화되기 또한 쉽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야가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하면 개헌논의의 시급성과 정치제도 개혁 등의 명분을 전제로 개헌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내년도 예산안 문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 등 여야간 화약고가 즐비한 정치환경을 고려할 때 개헌논의는 여전히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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