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서 "일제 잔재 떨쳐내자"...명칭 개정 운동 불붙는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의 대표적 신도시 송도국제도시의 명칭을 둘러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564주년 한글날을 맞아 일제가 붙인 지명인 '송도'(松島ㆍ마츠시마)라는 명칭을 버리고 고유의 지명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인천 지역 인사들에 따르면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즉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 있는 곳은 일제가 1930년대 만들어 놓은 '송도 유원지' 앞 해변에 조성된 매립지다.
이 곳은 당시 행정구역상 부천군 문학면 옥련리 일대였으며, 일제가 '송도'로 개칭한 후 해수풀과 조탕ㆍ식탕ㆍ보트장ㆍ아동유희장ㆍ경마장ㆍ스케이트장을 갖춘 근대식 유원지로 개발해 1937년 7월20일 정식 개장한 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송도'라는 지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1936년 10월 행정구역 개편 때 당시 부천군의 일부였던 옥련리를 인천부에 편입하면서 지명을 '송도정'(松島町)으로 개명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게 인천 향토사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특히 '송도'라는 명칭은 일제의 침략 도구였던 군함 '송도함'의 명칭을 따서 붙였던 이름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일제는 '운요호 사건'을 일으킨 '운양호'를 포함해 여러 척의 군함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송도함의 경우 일본의 3대 절경이었던 미야기현의 송도(松島), 교토의 교립(橋立), 히로시마의 엄도(嚴島)의 이름을 딴 '삼경함' 중의 한 척이었다.
일제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송도함은 동학농민운동 이후 수시로 인천항을 드나들던 4000t급 순양함으로, 청일전쟁ㆍ러일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1908년 4월 대만 마공 지역에서 선내 폭약고 폭발로 침몰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일제는 1936년 인천부 문학면 옥련리에 새로 유원지를 개장하면서 군국주의의 전승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송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송도라는 이름은 아직까지도 살아 남아 현재의 송도국제도시로 이어져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지난 2005년 6월15일 신도시의 명칭을 '송도동'으로 확정했다.
당시 "첨단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와 대내외적인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송도라는 지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천 지역 인사들은 송도국제도시의 명칭을 우리 고유의 '먼우금', '아암도'나 '외암도', '황해'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우성 인천일보 객원논설위원은 "인천은 지금 일본이 제국주의 야욕의 도구로 활용한 군함의 이름을 인천의 도시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 민족의 수치로, 후손에게 그것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 앞으로 서명운동 등 명칭 개정을 위한 대중적인 운동을 벌여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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