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LG, 옛 영광 재현의 조건 기획 시리즈 1회]LG전자, 온고지신의 지혜 배워야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편집자주- LG는 '사람'중심이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이라도 실적이 잠시 악화됐다고 임기중에 CEO를 교체한 적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공식 참석으로 최근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도 바로 구본무 회장의 '뚝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LG전자의 사령탑인 남용 부회장의 지휘봉이 임기 중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으로 넘어갔다.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사실상 실적부진에 대한 경질로 시장은 받아들인다.
구 회장이 그만큼 LG전자의 실적악화를 구조적이며, 반전의 계기도 찾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상태로라면 LG전자는 CEO 지휘부 교체에 그치지 않고 그룹 주력사 자리를 지키기도 힘겨워 보인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 회장의 동생이다. 오너일가라서 시장의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오너'라는 명패가 실적부진 탈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에 본지는 '절치부심(切齒腐心) LG전자, 옛 영광 재현의 조건'시리즈를 몇회에 걸쳐 싣는다. 글로벌 대표 한국기업으로서의 지속성을 위해서 뿐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한 한국 전자산업의 세계 패권 강화를 위해서다.
"자화자찬은 필요없습니다. 소비자가 인정해야죠. 제품을 1등 반열에 올려놓고 품질을 이야기해야지, 참 안타깝습니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LG전자가 3D TV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자 이같이 일갈했다.
경영혁신의 '원조'인 마이클 해머 박사가 제시한 3대 경영화두는 'Faster(더 빠르게)ㆍCheaper(더 싸게)ㆍBetter(더 좋게)'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기초적인 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LG전자는 최근 2년여 동안 이에 역주행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G전자 지휘권을 내놓은 남용 부회장은 취임 후 쿠키폰 등 디자인을 강조한 히트작을 내놓으며 피처폰(일반폰) 부문에서 세계시장을 호령할 태세였다. 그러나 이에 심취돼 정작 시대의 조류인 스마트폰 개발에는 뒷짐을 졌다.
삼성이 아이폰 열풍에 바짝 긴장하며 대항마를 개발할 때 LG전자는 스마트폰 기반이 2011년이나 확산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스스로 놔버렸다. 경쟁사보다 서너걸음 뒤늦게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을 크게 얻지 못했다.
결국 1년만에 10분의 1토막이 나 버린 올 2ㆍ4분기 실적급락의 주 요인은 휴대폰 사업부문이었다.
시장조사기관인 SA에 따르면 LG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지난 2분기 3060만대 판매량으로 10%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0.9%포인트 줄며 두자릿수 점유율에 겨우 턱걸이한 것이다. 당연히 고부가가치제품인 스마트폰 부문 상위 5개사 명단에서 LG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TV부문의 신호등 역시 황색에서 적색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도래해 있다는 평가다. 기술적인 문제로 번번히 경쟁사와 논쟁을 벌이며 화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TV소비자들은 'LG'에 등을 돌렸다.
LED를 화면 전체에 배열하는 LG의 직하방식은 삼성의 엣지방식(TV 테두리에만 LED를 설치하는 것)에 비해 비쌌다. 화질은 LG전자의 직하방식이 뛰어나다고 전문가들이 인정했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차이가 미미했다. 소비자들은 'Cheaper(저렴)'하면서도 화질상 차이가 없는 경쟁사 LEDTV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의 2분기 TV시장 점유율(수량기준)은 큰 변동없이 업계 2위를 지켰지만 3위인 소니의 시장점유율은 6.8%에서 9.0%로 2.2%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LCDTV부문에서 LG전자의 금액기준 시장점유율은 전분기대비 7%포인트나 급락한 12.5%에 그치며 14.6%를 기록한 소니에 2위 자리를 내줬다.
LG전자는 3DTV에서 뼈저린 전략적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한다.
전용안경이 가볍고 대형화면에서도 구현이 용이한 '편광식'을 내세운 LG전자는 '액티브셔터'방식을 무기로 들고 나온 경쟁사와 제대로 된 한판 승부도 해보지 못한 채 '우리 방식이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며 쓰라림을 삭히고 있을 뿐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이 선도기술을 가지고 긍정적(Positive)태도로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라면 LG전자는 엇비슷한 기술 수준을 가지고도 부정적(Negative) 경영전략을 펴 온 것이 패착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