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소형차 내년 8월부터 현대 러공장서 생산
'쏠라리스' 현지시장 성공적 안착이 최대 관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양동작전'의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가 준공한 러시아 완성차 공장에서 기아자동차가 내년 하반기부터 현지 내수 시장을 노린 신차를 생산키로 한 것이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내년 8월부터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소형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러시아서 내년 8월부터 생산=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선보일 러시아 전략 자동차의 프로젝트명은 'JD'로, 현대차가 공개한 '쏠라리스'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차종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생산규모에 대해 "쏠라리스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쏠라리스가 연간 7만5000대 규모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아차가 생산할 신차 대수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러시아 생산기지를 공유하는 것은 현지 자동차 시장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메이커들이 잇달아 러시아 공장 증설을 발표하는 등 이 지역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AvtoVAZ)가 45만대 생산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일본 도요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생산되는 캠리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80% 늘린 1만4700대로 조정했다. 닛산도 지난해 보다 두 배 늘어난 3만5000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GM과 포드도 300명과 230명의 근로자를 러시아 공장에 추가 고용하는 등 생산 확대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잇단 증설 발표는 러시아 정부 정책이 수입 완성차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완성차에 대한 수입관세가 30~35%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다 러시아 정부가 현지 생산 차량에 한해 폐차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올해 1~8월 판매대수는 각각 6만7238대와 5만3282대로 러시아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와 3위에 올랐지만 경쟁사들의 공략 강화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쏠라리스'에 적용될 감마엔진이 기아차의 러시아 신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여 규모의 경제 실현과 함께 원가를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아차의 유럽 시장 공략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아차는 슬로바키아 공장을 가동중인데, 기아차가 러시아에서 생산하게 되면 유럽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현대차가 북미를, 기아차가 유럽을 공략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쏠라리스' 성공적 안착이 우선=기아차가 러시아 생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러시아 전략 모델인 '쏠라리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한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에서의 기아차 생산 가능성에 대해 "시장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도 '쏠라리스'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입장을 모두 고려할 때 현대차가 쏠라리스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준공식에서 "쏠라리스는 러시아 현지고객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해 개발했다"면서 "(일반 고객을 위해) 정성을 다했다"고 밝혔다.
준공식에 참석한 푸틴 총리는 축사에서 현대차의 사업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줬다. 그는 "쏠라리스 양산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금융위기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현대차는 공장 건설을 멈추지 않았다. 연방정부 뿐 아니라 주정부 차원에서도 현대차의 성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현대차는 쏠라리스 판매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사전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또 현재 120개인 딜러를 내년까지 150개로 늘리는 등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아차 역시 한달 100대 이상 판매하는 러시아 딜러점 규모를 현재 27곳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차의 러시아 딜러 규모는 140여 곳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