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설비에 소형차 양산 준비..깨끗하고 밝아 근무 환경 최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북서쪽으로 20분을 달려가니 숲 속에 자리잡은 현대차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곳에서는 현지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가 한창 생산되고 있었다. 내년 1월부터 본격 양산에 앞서 러시아 직원들이 만든 시생산 차량이 매끈한 몸매를 자랑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러시아 첫 설비이자 6번째 해외 생산기지다. 향후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러시아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만큼 공장에 쏟아부은 현대차의 정성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200만㎡의 넓은 부지 위에 자리잡은 공장은 무척 깨끗했다. 밝은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에 신경썼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이고르 체르보니(Igor Chervonny, 23, 기획홍보실)씨는 "지난해 준공한 현대차 체코공장도 분위기가 비슷할 것"이라면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프레스공정이다. 현대하이스코에서 옮겨온 철판을 자동차 모양대로 찍어낸다. 러시아에 진출한 수입 완성차 업체의 공장에서 프레스 공정을 갖춘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공장 내부에는 차체 제작의 핵심인 프레스폼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틀을 설치한 후 철판을 올리고 위에서 누르면 문짝, 보닛 등 자동차 뼈대인 차체가 탄생하게 된다. 공장 한켠에는 완성된 차체 일부가 적재돼 있었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위해 대기중이다.
이 곳에는 2개의 프레스 공정이 있었다. 소재를 동일한 방향으로 굽히는 플랜팅과 나사 등 부품을 끼우기 위한 구멍을 뚫는 피어싱 과정을 거치면서 차체 부분이 완성된다.
회사 관계자는 "프레스 공정을 통해 자동차 강판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레스공정을 거친 문짝이나 보닛 등은 차체공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로봇팔의 현란한 움직임 속에서 용접된 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체공장 규모는 1만1600㎡이며 한꺼번에 148명이 근무하고 있다. 2교대시 그 숫자는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직원들은 용접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재 자동화율은 53%지만 양산시점에는 83%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 생산의 마지막이자 핵심인 조립공정에서는 점차 자동차의 형태가 갖춰졌다.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칠해진 차체가 이곳으로 넘어오게 된다. 조립공장의 1개라인 길이는 약 300m에 달했는데, 시간당 32대가 생산된다고 한다.
조립은 인력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가장 많은 직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파워트레인 장치와 헤드램프, 시트 등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전부 사람 손이 필요하다.
둘러보는 도중에 '크라운'이라고 씌여진 엔진오일 드럼통을 발견했다. 현대차 직원은 "부품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 협력사에서 조달한다"면서 상생협력이 잘 되고 있음을 넌지시 자랑했다.
러시아 직원 서너명이 차를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신차 테스트 중이었다. 체르보니씨는 "서스펜션, 보드, 휠얼라인먼트, 라이트, 가속력 등 차의 모든 성능을 체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는 수밀테스트가 진행중이었다. 마치 세차 터널 같은 곳에 물이 뿜어지자 차가 지나갔다. 테스트를 마친 차는 환한 조명 속에서 마지막 점검을 받게 된다.
현대차 공장 옆에는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 협력사 공장도 눈에 띄었다. 체르보니씨는 "공장 2km 반경 내에 7개 협력사가 위치해 있다"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물류에 유리해 유럽 진출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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