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훈 기자]노키아에 이어 LG전자까지 휴대폰업계 대표주자들의 수장이 잇따라 쓰러졌다. 결국 스마트폰이 문제였고 애플 스티브 잡스 회장이 들고 나온 아이폰이 원인이다.
LG전자 남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연산 1억대 이상을 자랑하는 세계 휴대폰 3위 LG전자는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트렌드에 뒤쳐지며 처참할 정도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분기에 비해 4분의 1인 1262억원에 그쳤다. 휴대폰이 결정타였다.
판매량은 3060만대로 역대 분기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나 1196억원의 적자를 냈다. 휴대폰 사업 매각설이 나돌던 2006년 이후 4년만의 적자였다.
휴대전화 영업이익율은 -3.7%로 전년동기비 15%p 급락했다.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의 20%수준은 물론 삼성전자의 7%에도 견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3분기와 4분기역시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말 애플 아이폰이 국내 진입하자 부랴부랴 안드로원과 옵티머스Q, 옵티머스Z 등을 내놨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관계사인 LG유플러스마저 삼성전자의 갤럭시S의 변형모델인 갤럭시U 도입을 학수고대하며 광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용 부회장과 안승권 사장 교체설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었고 결국 남용 부회장이 떠나게됐다. 14일 안승권 MC사업본부장이 전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옵티머스원을 발표하고 1000만대 판매목표를 밝히며 반격을 선언했지만 그 역시 휴대폰 사업 수장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제때 대처하지 못한게 원인인데, 되짚어보면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들고나온 게 그 시발이다.
2007년 처음 등장한 애플 아이폰은 전세계 스마트폰 열풍을 몰고왔다 당시만해도 아이폰은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폰은 해를 거듭하면서 편리한 UI와 앱스토어 등 혁신적 기능을 더하면서 휴대폰 업계의 잔바람을 태풍으로 뒤바꿨다.
전세계 휴대폰 업체들은 애플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다 뒤늦게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짐을 느끼고 부랴부랴 동참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까지도 일반폰이 주류라는 주장을 펼치며 스마트폰 열풍을 애써 무시해오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소싱과 공급망의 혁신을 통한 초저가 휴대폰을 전세계 신흥시장에 공급하며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점하던 노키아도 스마트폰 열풍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노키아 순이익은 지난 2분기 기준 2억 2700만 유로로 전년동기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주가는 지난 3년간 무려 70%나 추락했다.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 1위로 기록되지만 이는 운영체제를 기준으로 한 것일 뿐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는 최신스마트폰 경쟁에서 노키아는 여전히 주변인일 뿐이다.
당연히 부진의 화살은 경영진을 향했다. 수개월전 올리페카 칼라수보 CEO가 물러났고 최근에는 노키아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던 안시 반요키 모바일솔루션 사업부장마저 사퇴했다.
노키아를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로 키운 요르마 올릴라 회장 역시 2012년 물러나기로 했다. 노키아는 MS출신 스티븐 엘롭을 새 모바일사업부장으로 영입하는 극약처방을 내리고 차세대 스마트폰을 대거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따지고 보면 IT업계의 풍운아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 업계 대표주자를 여럿 날린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차례는 과연 누가될 지에 쏠려있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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