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 소속 이광재·강성종 두 정치인의 운명은 '극과 극'이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손과 발을 묶었던 직무정지는 2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풀린 반면, 강성종 의원은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됐다.
헌재 판결 직후 도지사 집무실을 찾은 이 지사는 자신의 명패가 놓여 있는 자리를 둘러보고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취임과 동시에 내려진 도지사 직무정지 1호. 그는 63일 만에 도지사 집무실과 관사에서 머물 수 있게 됐다.
2개월 전 그는 6·2 지방선거에서 여야 텃밭인 영남과 호남을 제외한 가장 많은 득표차로 최연소 도지사로 당선됐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
긴 공백기를 지낸 이 지사는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과장급과 직원들까지 저와 함께 강원도를 살려보자는 에너지를 만드는 일을 먼저 할 생각"이라며 "그리고 예산을 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내년 7월6일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강원도민들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을 위해 일로 매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 남아 있다.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확정할 경우 지사직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때문에 지난 7·28 재보선 이후 여당과 교류하고 있는 엄기영 전 MBC사장이 최근 춘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데 대해 정가에서는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을 염두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제가 여당이었을 때나, 야당이었을 때나 엄 전 사장을 도우려고 인간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엄 전 사장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특검이 도입된 이후 2차례에 걸쳐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고 그때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그에게 있어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박연차 사건은 정치 인생의 최대 고비인 셈이다. 한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그는 지방선거를 통해 '40대 기수론'을 일으키며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그가 야인으로 다시 돌아가느냐 아니면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숨을 돌리게 된 이 지사와 달리 강 의원은 15년 만에 정부의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된 의원으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에 따라 구속재판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정치 인생에 있어 큰 오점을 남긴 건 피할 수 없다.
강 의원은 국회 표결에 앞서 떨리는 목소리로 "학교로부터 양심에 문제가 되거나 부끄러운 돈을 한 푼도 받은 게 없다"며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 전 부인의 5년간 길고 길었던 암투병과 사별 그리고 출산을 앞둔 지금의 아내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제 그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만 할 처지에 놓였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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