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용희 연예패트롤]MBC 새수목극 ‘장난스런 키스’(이하 장키)의 첫 방송 시청률이 3.5%(AGB닐슨 리서치)에 그쳤다. 한류스타 김현중을 포진시킨 드라마치고는 너무나 아쉬운 출발이다.
비슷한 길을 걸었던 ‘꽃보다 남자’의 첫방 시청률이 13.7%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과연 탈출구는 없을까? 분명히 있다.
일단 이 드라마가 타킷으로 삼고 있는 연령층에 충실하는 것이 급선무다. 청춘만화에 열광하는 10대 시청층, 그리고 김현중이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즐기는 여성층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만 2700만부가 팔린 동명의 히트 만화가 원작인 청춘물이기 때문이다. 이전 한국사회에 '꽃남 열풍'을 일으켰던 '꽃보다 남자'가 초반 이민호라는 '꽃남'에 주력했듯 '장키'도 걸출한 '꽃남 콘텐츠' 김현중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첫회, 김현중의 모습을 보기위해서는 한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대사다운 대사가 나오기까지는 약 30분 가량이 흐른 다음이었다. 오히려 신인 정소민(오하니)의 좌충우돌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10대나 여성시청층은 정소민의 좌충우돌기를 보고 싶어 이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한 것이 아니다.
물론 원작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그래도 드라마의 시청률을 이끌어내기위해서는 주연배우에 집중해야 한다.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대본을 수정해서라도 김현중에 집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대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연출력도 문제다.
만화 콘텐츠를 드라마 콘텐츠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키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연출자다. 그의 풍풍한 상상력과 캐릭터 분석력이 드라마 성패를 좌우한다. '장키'는 오하민이라는 좌충우돌 소녀가 까칠남 백승조(김현준 분)의 집에 들어가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사고 등을 유쾌하게 그려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너무나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활용됐다.
화면 중간중간에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뮤지컬과 발레 등이 등장한 것은 사실적 묘사가 주류를 이루는 요즘 드라마 작법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물론 '궁' '꽃보다 남자' 등으로 재미를 본 제작사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보다 탄력적인 연출기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상황을 묘사하는데 드라마도 아닌, 그렇다고 만화적 기법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을 취했다. 정소민 이태성(봉준구)은 만화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듯 보이는데 비해 백승조는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였다.
여기에 시청률 44%(1일 방송분)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린 '제빵왕 김탁구'와 이승기 신민아 주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틈바구니에 끼게 한 MBC의 '무모한 편성' 또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빠른 전개와 수준급 연기자로 포진돼, 경우에 따라서는 의외의 소득을 올리수 있었던 이 드라마를 이같은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한 드라마관계자는 "이 드라마가 청소년들이 즐길수 있는 방학시즌에 편성했다면 좋은 반응을 올릴수도 있었다. 영화 '고사2'가 그 예다. 이 영화는 철저히 시기적인 틈새시장을 잘 활용했다. 그런데 '장키'는 정반대다. 좋은 콘텐츠임에도 불구, MBC의 '무대포 편성'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셈이다. 죽을힘을 다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첫회 시청률로 일희일비하기에는 남아있는 콘텐츠들이 너무나 많다. 김현중의 캐릭터가 살고, 본방사수를 외치는 10대 팬, 여성시청자들이 다시 이 드라마에 집중한다면 시청률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에이트, 그리고 김현중의 힘을 기대해 본다.
황용희 기자 h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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