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및 사원급 중심 퇴사율 높아..낮은 급여에 불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종업원 1만7000명에 달하는 GM대우가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는 신차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전문인력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자칫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회사 및 업계에 따르면 GM대우 직원의 퇴사규모는 일주일 평균 15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1~2년 새 퇴사 비율이 갑자기 증가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퇴사는 주로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리나 사원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종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큰 차이를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는 현대·기아차가 인력 충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직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의 퇴사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연구개발 및 디자인, 생산기술 등 GM대우 R&D 관련 인원은 약 2500명 정도인데, 많은 숫자가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GM대우 출신 관계자는 "지난 4월 유기준 R&D부문 사장이 물러난 이후 연구개발 인력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GM대우 출신 인력들의 지원이 올 들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으며 현대차 역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수 없지만 GM대우 에서 온 인력이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 비전에 대한 불확실성도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GM이 정상화 과정을 밟으면서 이 같은 불안감은 많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에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GM대우가 생산기지로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한 몫 했다.
GM대우 출신 관계자는 "아무래도 불확실한 비전이 문제"라면서 "GM대우가 GM의 메인이 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미국 회사인 만큼 사업 중심은 국내가 아닌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GM대우는 올해 상반기에만 5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이 가운데 400명이 R&D 관련 인력일 정도로 이 분야 강화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퇴사 인력 보다 더 많은 직원을 새로 뽑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할 직원 60~70명 정도만 경력사원일 뿐, 500명 가운데 대다수인 430여 명이 신입직원으로 구성됐다. 경력 보다는 신입직원의 선호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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