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변경 없이 '관리강화' 차원서 논의 마무리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심장혈관 관련 부작용 논란이 제기돼 유럽에서 퇴출된 비만약에 대해 한국 보건당국이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sibutramine)'의 국내 시판을 유지하는 대신, 약 사용에 대한 안전관리방안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고 20일 밝혔다.
김명정 식약청 의약품안전정보팀장은 "19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견과 시부트라민의 국내 처방ㆍ사용 실태, 대체 약물 존재 여부 등을 감안해 내린 결과"라고 말했다.
식약청이 밝힌 관리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 약을 체질량지수가 30kg/㎡ 이상이거나 27kg/㎡이어도 당뇨나 고지혈증이 있는 비만환자에만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시부트라민과 다른 향정신성의약품을 병용해 투여하는 방법을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부트라민 등 비향정신성 비만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 각 약국이 조제 내역을 식약청에 보고토록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 등이다.
한편 시부트라민 안전성 논란을 촉발시킨 임상시험 스카우트(SCOUT)를 검토한 결과, 시부트라민을 복용한 환자에서 심혈관계 부작용이 16% 정도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약 때문이라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식약청은 밝혔다.
이는 임상시험 대상자 중 90% 이상이 한국에서 허용되는 허가범위 이외의 환자들이어서, 이 약을 규정대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김명정 팀장은 "다른 향정 비만치료제 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시부트라민을 판매중단하기 보다는, 사후 관리를 대폭 강화해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견해를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청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 시부트라민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이번 조치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게 문제다. 체질량지수 제한, 병용 금지 등은 이미 식약청이 허가사항이나 의료인 권고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는 것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사용금지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의료인 판단 아래 제한없이 처방해도 식약청은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
그나마 새로운 대책이라 할 수 있는 '오남용 의약품 지정'도 이 약이 적절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사용됐는가를 보고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판매량을 집계하는 수준에 불과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부트라민의 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측은 "허가사항 자체가 달라진 것도 없고, 약국이 관계 기관에 보고하지 않는다면 도리가 없는 만큼 매우 미흡한 수준의 조치"라고 비난했다.
한편 시부트라민 퇴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미국FDA나 그 외 선진국들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까도 관심 대상이다. 식약청은 "외국 정부의 결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을 제외한 타 국가들이 동시에 '퇴출'을 결정한다면 식약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부트라민은 미국 애보트社가 개발한 약으로 국내에서 '리덕틸'이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국내 회사들은 이 약을 복제해 슬리머(한미약품), 엔비유(대웅제약), 실크라민(종근당) 등으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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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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