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회사 대표가 적법한 절차를 어기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줬다면 해당 스톡옵션의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준 시점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임직원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스톡옵션을 줘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오모 전 만도 대표에게 면소(免訴)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는 현실적 손해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회사 대표가 부당하게 스톡옵션을 주면 이를 받은 사람은 주식가치에서 행사가격을 뺀 차액만큼 이득을 얻고, 회사는 그만큼의 손해를 입게 되므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때 범죄행위가 종료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시점을 스톡옵션 행사 때로 본다면 배임죄의 주체와 관계없는 제3자의 행위에 의해 범죄 성립여부가 결정되는 등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오씨가 부당한 방법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해 자신을 포함한 만도 임직원에게 120억여원의 이익을 취득케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관해서 재판부는 "관련 법리 등을 종합해볼 때 오씨가 임원 등에게 46억9900여만원의 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업무상 배임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공소는 오씨가 스톡옵션을 부여한 2002년 3월로부터 7년을 넘긴 2009년 12월에 제기됐다"며 "이 때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공소시효를 넘긴 시점이기 때문에 면소를 선고한다"고 했다.
오씨는 2002년 3월 이사회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한 뒤 임직원 23명과 스톡옵션 계약을 맺었고, 스톡옵션을 위법ㆍ부당하게 부여해 회사에 12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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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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