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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외국계 IB 횡포에 냉가슴 앓는 SK그룹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치고 빠지기식' 인수ㆍ합병(M&A) 논리로 인해 SK그룹이 남몰래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SK그룹의 상징인 서린동 본사 사옥을 둘러싸고 현재의 주인인 메릴린치와의 기싸움이 만만치 않은 것. 사옥을 되찾고 싶어 하는 SK그룹의 의지를 알고 있는 메릴린치는 지속적으로 시장에 매각 의사를 내비치며 가격 '흥정'에 나선 모습이다.

이야기의 시점은 5년 전으로 올라간다. 당시 메릴린치 컨소시엄은 4400억원에 SK그룹의 서린동 사옥을 매입했다. 외국계 IB가 M&A 시장에서 주로 이용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sales and lease)' 방식으로. 당시 SK그룹은 메릴린치가 향후 매각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 받기로 조항을 달았다.


5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은 본사를 재매입할 뜻이 있고 메릴린치도 매각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 오는 12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는 명분이 충분하다는 게 M&A 시장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M&A 시장에서 늘 그렇듯 이번에도 가격이 관건이다. 5년새 서린 빌딩의 가치는 3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6000억원대로 몸값이 치솟았다. 하지만 M&A 시장 논리대로라면 가격은 거품을 안고 더 비싸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형적인 외국계 IB의 방식에 따르면 사려는 자(SK그룹) 입장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불리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메릴린치가 매각 의사를 표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매매 가능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팔려는 자는 차익을 보다 많이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메릴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SK그룹 측에 서린 사옥을 다시 사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동성 회수 차원에서 서둘러 서린 빌딩을 매각하려고 했던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땀과 혼이 깃든 서린 사옥을 외국계 IB 횡포 속에서 어떻게 되찾아 올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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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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