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제약업계가 의약분업 이후 최대의 '급변기'임과 동시에 '위기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마련한 새 약가제도 때문에 중소제약사들의 몰락이 우려된다. 제약사들의 1차 고객인 의사들은 국산약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밖으로의 공격이 심각한데 안으로는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모임인 한국제약협회는 9일 임시총회를 열고 신임 이사장에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을 선출했다. 류 신임 이사장은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와의 비공개 표대결에서 승리했다. 제약협회가 수장을 경선으로 선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표대결은 현재 제약업계가 안고 있는 내부 갈등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우선 신구세대로 대변되는 2세 경영인(윤석근)과 창업 1세대(류덕희)의 충돌이다. 윤 대표는 지난 2월 어준선 전(前) 제약협회 회장(안국약품 회장)이 자진사퇴 한 후 직무대행으로 제약협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구세대 전법(戰法)으로는 대정부 활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양측간 원만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경선까지 치룸에 따라 신구세대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 셈이 됐다.
또 다른 갈등구조는 제약업체 간 이해관계 차이에서 비롯된다. '카피약' 판매에 집중하는 중소제약사와 외국으로부터 신약을 도입해 판매하는 회사간 갈등이다. 어떤 사업구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정부 정책의 '호불호'가 갈린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는 주로 중소제약사들에게 타격이 크다. 제약업계가 상위제약사 위주로 구조조정 되는 셈이어서, 회사 크기와 사업 성격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목소리'를 만들어 대응하는 제약업계의 관행상, 협회 수장이 어느 제약사 출신이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된다.
한편 제약협회는 이경호 인제대총장을 영입, 상근 회장에 임명했다. 류덕희-이경호 체제가 완성된 셈이지만, 갈 길이 순탄치는 않다. 선결 과제는 의사들의 '안티 제약사 여론'을 되돌리는 일이지만, 신임 회장은 제약업 경험이 없다. 또 류 이사장이 업계 40위권, 매출액 1000억원 수준의 중소제약사 대표란 점에서 의료계 및 정부를 상대할 '정치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 원로 오너들이 나서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배후 조종에 몰두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가뜩이나 정책 대안 마련에 취약한 제약협회가 협상력마저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이 날 총회를 통해 그 간 상근 부회장으로 회무를 이끌었던 문경태 씨를 고문으로 추대했다. 공석이 된 상근 부회장에는 녹십자 사장을 역임한 허재회 씨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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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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