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주택 압류는 공짜 임대?' 미국의 주택 압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대출 체납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대출 원리금을 한 푼도 갚지 않은 채 이 돈으로 외식은 물론 심지어 카지노까지 즐긴다는 것.
은행도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 주택 압류 조치를 취하지만 대출금보다 시가가 낮은 소위 '깡통주택'을 매각한다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 체납자들이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이유도 이런 상황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이처럼 대출금 상환을 포기하고 사실상 자발적인 압류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체납자는 "주택 압류는 체납자들을 벼랑끝으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명보트"라고 말했다.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는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고, 압류 절차에 들어가도 실제 퇴거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
오바마 정부는 지난 3월 400만 모기지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해 2차 모기지완화정책(MHA)을 내놓았지만 완화된 채무에도 중도 이탈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미국 재무부는 이탈자들이 28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낭떠러지에 몰린 채무자들은 아예 모기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대출금 상환 대신 당면한 생활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 현재 압류 절차에 들어간 주택은 170만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압류 신청자들의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압류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정부가 은행권에 모기지 완화 정책을 요구함에 따라 압류가 연기되는 한편 법적 분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은행도 속수무책이란 점도 주택시장 정상화가 지연되는 이유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는 법원의 허가 없이 압류 조치가 가능하지만 대다수의 주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이와 더불어 폭증하고 있는 압류관련 소송 역시 압류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LPS 어플라이드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압류 절차에 들어간 채무자들이 실질적인 퇴거 조치를 받기까지 평균 438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1월의 251일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
최근 대출금 상환을 포기한 알렉스 팸버튼은 “은행들의 마구잡이식 주택담보 대출 이대규모 압류 사태를 초래한 만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압류 절차가 길어지면 길수록 나에겐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상환 포기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LPS의 카일 런드스텟 영업 이사는 “이와 같은 대출자들의 ‘무임승차’는 부실 모기지를 해결하고자 고심하고 있는 은행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불행한 결과”라며 “대출자들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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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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