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원·달러 환율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1200원대로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유럽 재정악화의 확산 가능성에 노심초사하던 투자자들은 유로 반등기조에도 숏커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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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연동되는 양상을 보이던 유로와 원화는 엇갈리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달러가 반등하면 위험자산회피 심리가 누그러지면서 상대적으로 원·달러가 하락하던 공식도 깨졌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중앙은행(SNB)의 개입 변수에 유로화는 추락을 멈췄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1.21달러 초반까지 하락한 후 1.25달러대로 반등했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1130원대에서 서울외환시장이 '석가탄신일'로 휴장하는 21일 NDF에서 1240원까지 뛰었다.
◆역외 펀드의 유로·원 숏커버
수급상 가장 큰 요인은 역외 펀드 세력이 유로 매수에 나서면서 아시아통화를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머징통화 중 절상폭이 큰 편인 원화의 경우 이익실현 차원에서 매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특히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에서 1190원대까지 막힘없이 치솟았던 것은 역외 매수가 강하게 일어났던 영향이 컸다. 시장 참가자들은 유럽계 네임의 은행들을 위주로 매수세가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역외펀드가 그동안 유로아시아통화에서 숏 낸 부분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원화에 대해 역외펀드가 달러·원 보다 유로·원으로 팔았던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즉, 그동안 유로·원 하락(유로 약세, 원 강세)에 베팅했던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유로·달러 매수(유로 강세), 원·달러 매수(원 약세)에 나선 것이다.
유로·원 환율은 지난 20일 하루동안 1477.5원까지 무려 58원이나 급등했다.
외환딜러들은 "다음 주 원·달러 환율은 유로가 내려가도, 올라가도 계속 오를 것"이라며 "외환당국이 매도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천안함 침몰, '북한 공격'..지정학적리스크 증폭
설마 설마 하던 지정학적리스크는 결국 불안감을 폭발시켰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미 익숙한 재료나 다름없던 천안함 침몰 관련 북한 리스크는 정부 발표라는 공식 과정을 거치면서 역외투자자들 사이에서 대형 재료로 인식됐다.
역외 투자자들은 지난 20일 오전 10시 정부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중어뢰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하자 달러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직전 연고점이던 1177.5원 돌파는 역외 숏커버를 촉발시키는 방아쇠(트리거) 역할을 했다. 환율이 1196.7원까지 폭등하는 동안 1180원, 1190원은 맥없이 뚫렸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1190원까지 갈 동안 오퍼 공백이 나타날 정도로 매수세가 급증했다"며 "수출업체들도 섣불리 네고물량을 내놓지 않고 환율 급등세를 지켜보는 양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건 싫어" 이머징 자산 레버리지 축소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데 가장 큰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악화된 투자심리다.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 뿐 아니라 주변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투자심리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안전자산이든 위험자산이든 일단 레버리지는 최소화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실현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지난 14일부터 5거래일간 2조3801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지난 7일에는 하루만에 1조2459억원을 파는 등 주식 처분이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1130원대에서 같은 기간 60원 넘게 올랐다. 외국인 주식 역송금 수요와 더불어 올해 3월, 4월 환율 하락 기조에 숏 플레이한 것을 스탑하려는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환율은 단기 급등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유럽 사태로 전세계적인 디레버리징이 일어나고 있다"며 "유로에 대한 우려감이 이머징마켓 통화로 전이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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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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