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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나일론-타이어코드-폴리에스터, 그는 미래를 먼저 읽었다

재계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8>효성그룹 조홍제 회장②
2년 고심 동양나이론 설립 1968년 첫 생산
차량수요 급증 예측 타이어코드 성공가도
71년 연구소 설립 '기술 독립.고품질시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효성의 주력 업종을 뭘로 하지?"

만우 조홍제 회장은 56세 되던 해인 1962년 신사업 구상에 돌입했다. 삼성과의 15년 동업이 끝나고 효성물산을 설립한 때다. 산업재 중 어떤 아이템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당시 만우는 약 20여 가지의 사업 아이템을 놓고 고심했다.


다각도로 접근해 연구한 결과 섬유를 주력업종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인간 의식주에 해당하는 가장 기본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다양한 섬유제품 가운데 나일론을 선택하기까지 또 다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2년의 검토 기간 동안 만우 특유의 모든 가능성을 타진한 끝에 밀어붙이기로 결정됐다. 한국 기업사에서 성공 신화로 꼽히는 동양나이론은 그렇게 탄생했다.


동양나이론이 신화로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자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만우는 해방 직후 산업에 관심을 둘 때부터 '기술 독립'을 주창했었는데 그 바람이 현실이 된 셈이다.


"적어도 공업을 말하려면 독자 기술로 공장과 설비를 설계하고 전문 메이커에 맡겨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또 이를 토대로 연구개발해 기술을 혁신해야 비로소 공업다운 공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동양나이론은 만우가 꿈꾸던 기술 집합체다. 만우는 사업 초기 일종의 브레인 조직인 기획부를 통해 동양나이론을 완성해갔다. 임연규를 비롯해 배기은, 홍광표, 송재달 등 추후 효성에서 중추 역할을 했던 장본인들이 이 부서를 거쳐 갔다.


이들은 나일론 제조기술 선정을 놓고 면밀한 검토 끝에 당시 서독의 빅커스 짐머(Vickers Zimmer)사를 선택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보자면 비교대상으로 올렸던 일본 니혼 레이온사가 오히려 유리했다.


하지만 만우는 나날이 달라지는 기술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독 기업이 낫다고 판단했다. 기술 습득과 함께 진행된 공사는 회사 설립 2년만인 1968년 마무리됐다. 같은 해 4월 25일, 마침내 거대한 중합탑에서 새하얀 나일론 실이 쏟아져 나오는 감격을 맛봤다.

주변 사람들은 만우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부친인 조홍제 회장이 항상 '다음'을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나일론을 비롯해 타이어코드 공장을 세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이 전무한 시절에 이를 단행한 점은 큰 의미가 있다.


1960년대 후반 우리나라 타이어 생산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에서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생산할 필요가 없었다.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가동할 경우 공급 과잉은 자명했다.


하지만 만우는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에 집착했다. 향후 타이어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 타이어코드 수요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생산 직후 만우는 증설을 지시했다.


실무진은 수요를 고려해 일산 5~10t 증설을 제안했지만 만우는 2배 이상인 20t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언젠가는 그 물량도 부족할 때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만우의 선택은 옳았다. 경제발전과 함께 차량 생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동양나이론의 타이어코드 수요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당시 국내에서 나일론 타이어코드는 동양나이론에서만 만들었다. 그 수익은 실로 대단했다. 이는 1970년대 효성이 국내 5대 그룹으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만우는 나일론의 '다음'으로 폴리에스터를 생각했다.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가 설립되면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 1위인 타이어코드 생산은 이 때부터 본격화됐다.


1971년 설립된 민간기업 최초의 동양나이론 기술연구소도 미래를 내다본 만우의 작품이다. 만우는 제일모직 기계 발주를 위해 1950년대 중반 서독을 방문했을 때부터 연구소를 짓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에는 모든 물자가 부족해 만들기만 해도 팔리는 시대라 연구소가 필요 없지만 그는 언젠가 품질 좋은 제품이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개발의 위험 부담이 따랐지만 만우는 이를 '보험'으로 생각하고 추진했다.


동양나이론을 기반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효성은 1979년 24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1981년 장남인 조석래 회장이 효성중공업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만우는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지난 2006년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 되던 해였다. 동시에 그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했다. 만우 곁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했다.


당시 만우 일화집 편찬을 위해 주변인 인터뷰를 했던 효성 관계자는 "친인척도 아닌 사람들이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나 지났음에도 당시를 회고하면서 눈물을 흘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기업인 그리고 자연인으로 그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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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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