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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쇼크에 글로벌증시 직격탄

국내증시 조정 불가피..매크로 변수 부각될 듯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그리스에서 불어닥친 한파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새롭지 않은 악재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글로벌 증시를 휘청거리게 하는 원인이 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각) S&P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로 3단계 강등했다. 정크본드 수준인 'BB+'는 투자 부적격의 첫번째 등급이며 등급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 역시 'A-'로 제시, 2단계 강등했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소식은 유럽 및 그리스 증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쇼크로 다가왔다.

그리스 증시는 6%대 급락세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8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장 중 한 때 낙폭을 7.5%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 증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국(-2.61%)과 독일(-2.73%), 프랑스(-3.82%)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으며, 미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급락, 1만1000선을 무너뜨렸고, 나스닥과 S&P500 역시 각각 2500선, 1200선을 힘없이 내주고 말았다.


이는 28일 오전 아시아 증시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2.27포인트(-1.27%) 내린 1727.28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증시(-2.47%)와 대만(-1.25%) 등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유로권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낮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은 유로화 약세로 인한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전일 유로ㆍ달러 환율은 1.31달러대로 진입하는 등 연중 최저치로 급락했다. 위험 회피로 민감하게 돌아선 투자자들이 황급히 유로화 매도, 달러 매수에 나선 결과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국채수익률의 급락으로 연결됐다. 지난 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해 10월1일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으며, 2년만기 국채금리도 지난해 11월27일이후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30년만기 국채금리 또한 지난해 9월10일 이후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한국 국채수익률 역시 지난해 4월30일 이후 1년래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매크로 변수 부각 가능성
이번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기점으로 투자자들은 다시 매크로 변수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이슈 역시 연일 글로벌 증시를 둘러싸고 있던 진부한 악재임에도 불구하고 S&P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글로벌 증시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 덕분이다.


그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연일 쏟아지는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 그리스 문제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전날 소비자신뢰지수의 개선, 포드 등의 실적개선 소식 등 호재성 이슈는 그리스 악재에 완전히 묻히고 말았다.


1분기 어닝시즌이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모멘텀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이제 다시 그리스 재정문제를 비롯한 대외환경에 대한 관심이 살아날 수 있는 시점이다.


매크로 변수는 그리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책적인 효과가 배제됐을 때에도 경제지표의 개선이 꾸준히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주택경기 개선 소식 역시 4월 말 세제지원 혜택이 종료된 이후에도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국내증시에 보다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국의 긴축 우려다. 중국 정부가 연일 부동산 억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증시는 이미 완전히 하락 국면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 4월15일(3181.66)을 고점으로 2주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전일에는 2800선까지 내려앉는 등 3000선을 완전히 이탈하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확인되기 이전까지 현재의 정책 기조가 유지 혹은 강화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중국 주식시장에는 당분간 부담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더구나 이는 경기사이클 모멘텀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중국 주식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모멘텀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중국 증시가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재차 커질 수 있는 국면이다.


◇국내증시 조정 불가피
별다른 모멘텀은 없는 반면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국내증시 역시 조정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지난주까지 무려 11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해온 국내증시가 이번 그리스ㆍ포르투갈 사태를 차익실현의 핑계거리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8일 코스피 지수는 일본증시에 비해서는 낙폭이 작은 편이지만 갭하락 출발하며 20일 이동평균선을 한참 하회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3월 이후 20일선을 이탈한 것은 골드만삭스 피소 소식이 들려왔던 지난 4월19일 단 한차례 뿐이다. 이날 역시 단 하루만에 20일선 위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승 추세가 지속됐는데, 이번에도 20일선을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된다.


수급 역시 불안한 조짐이 엿보인다.
이날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 선물시장에서 일제히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현ㆍ선물 시장에서 일제히 매도세를 보이며 우려를 안긴 후 이내 매수 우위로 방향을 틀긴 했지만, 이번에도 외국인을 다시 불러올만한 모멘텀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벤 버냉키 연준(Fed) 의장이 이미 수차례 언급했던 만큼 이번 FOMC에서도 초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되살아나면서도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주식시장도 유럽발 쇼크에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FOMC에서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글로벌 증시 역시 하락 추세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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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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