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현대重, “물 위에 떠 있다고 배 아니다” 삼성重과 감정 싸움

삼성 조선 부문 수주잔량 세계 1위 주장에 현대 ‘인위적인 수치’ 반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현대중공업이 조선 부문 수주 잔량 세계 1위 자리 등극을 주장하는 삼성중공업에 “인의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눈길을 끈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중공업이 22일 올해 처음 발주된 11만5000t급 유조선(아프라막스급) 9척 전량을 그리스 해운선사로부터 5억달러에 수주했다는 발표였다. 삼성중공업은 이 소식을 전한 보도자료에서 “전세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은 420억달러, 33개월치의 수주잔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은 삼호(현대삼호중공업)빼고 수주잔량이 432억달러”라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통상 울산조선소와 최근 준공식을 개최한 군산조선소, 현대미포조선을 합친 수주잔량을 회사의 수주 잔량치로 밝히고 있다. 실제 수치로는 삼성중공업의 설명은 틀린 것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측은 자신들이 밝힌 수치는 순수한 조선과 해양플랜트, 즉 통상 조선업에 포함되는 물에 떠 있거나 물속에 들어가는 것들을 추려서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대중공업의 6개 사업부중 일반적인 의미인 조선 분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조선과 해양사업부다. 육상과 해상플랜트는 플랜트사업부에 속하는데 플랜트사업부에 해상플랜트를 합치더라도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삼성중공업측은 “현대중공업이 주장한 432억달러의 수주잔량은 올해 수주한 고르곤 프로젝트, 미얀마 가스전 해양플랜트에서 캐낸 석유나 가스를 육상에 저장하는 데 필요한 파이프라인 설치공사 육상 플랜트에 해당하는 수주고도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육상 플랜트 수주분을 제외하면 우리의 주장이 맞다”고 한다.


그러자 현대중공업측은 강력히 반대의사를 전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그러한 기준을 든다면 바다위에 떠 있는 플랜트도 배가 아니다. 시추선과 같이 바다에 떠 있는 구조물이 어떻게 조선에 포함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생산저장설비(LNG-FPSO)도 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다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측은 “우리 회사도 건설 부문이 항만 부문에서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물량과 비슷한 내용의 공사를 수주하지만 이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라면서 “만약 건설 부문의 수주량도 함께 포함하면 현대중공업측의 수주잔량 보다 더 많다”고 맞불을 놨다.


양사간 갈등이 벌어진 배경은 바로 세계 1위를 인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확실히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해상 구조물이기 때문에 배가 아니라는 점은 맞다. 하지만 최근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드릴십이나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은 엔진을 탑재하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 선박과 플랜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를 선종으로 봐야 할지 배로 봐야 할지 확실치 않다.


조선업계에서 통상적으로 객관적이라며 활용하는 보고서가 바로 클락슨리포트다. 대부분의 조선업계는 매월 정기적으로 배포되는 클락슨리포트를 근거로 업황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도 클락슨리포트가 100%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월간 수주 실적이나 건조량이 각 업체별로 정량화 돼 실시간에 통계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실과 틀린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락슨리포트는 워낙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측의 주장은 바로 이 클락슨리포트에서 보여주는 결과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수치와 관련해 인의적인 해석을 했다”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기준을 갖고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측은 클락슨 리포트를 토대로 업체별로 필요한 데이터를 추려 활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없다며 현대중공업의 대응이 과도하다고 여기고 있다.


삼성중공업측은 현대중공업측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았다.


11만5000t급 아프라막스 유조선을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로 환산하면 3만5800t이다. 이날 수주한 9척을 환산해 더하면 총 32만2200CGT다.


3월말 기준 클락슨 리포트가 밝힌 수주잔량은 현대중공업이 846만3000CGT, 삼성중공업은 798만8000CGT로 47만5000CGT가 차이가 난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32만2200CGT를 더하면 삼성중공업은 831, 831만200CGT, 현대중공업은 이달 수주실적이 없기 때문에 846만3000CGT로 수치상으로는 뒤진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에 비해 조선소 규모가 커 건조물량 소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양적으로 삼성중공업이 앞섰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액적으로는 삼성중공업이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대중공업보다 t수는 적어도 금액은 많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측이 수주잔량과 건조물량 소진내역 등을 모두 공개해 우리와 비교해보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별도의 자료는 준비한 것이 없다며 공개를 하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무료로 종목 상담 받아보세요


채명석 기자 oricm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