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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재판장님'..공판중심주의 전형 '한명숙 재판'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증인, 법원은 증인들의 증언을 믿고 재판을 합니다. 법정에서 거짓말을 할 경우 법원이 다소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명숙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김형두(45ㆍ연수원19기ㆍ사진) 부장판사가 법정에 선 증인들에게 빼놓지 않고 당부한 말이다. 뚜렷한 물증 없이 관련인 진술을 토대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는 증인 수십명이 법정에 섰고 모두 김 부장판사의 이 같은 당부를 들어야 했다.

김 부장판사는 철저한 공판중심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증인들에게 한 다소 엄중한 '경고성' 당부에는 법정에서 사건 전말을 철저히 검토, 이를 바탕으로 최종 판단을 내리려는 김 부장판사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걸음도 섣불리 내딛지 않는 그의 꼼꼼함 덕에 심야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재판'이 연일 계속됐다. 재판부와 방청객에겐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검찰과 변호인 측에는 충분한 입증과 방어의 기회이기도 했다.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려는 그의 의지는 증인에게 하는 당부의 말에서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소한 자료 하나도 허투루 제시되는 걸 허용치 않았다.


검찰이 증인 신문 도중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를 증인에게 제시할 경우 김 부장판사는 신문을 즉각 중단시켰다. 다소 따끔한 핀잔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재판부에 자료를 제출해야 했고, 자료는 변호인 검토까지 거친 뒤에야 슬라이드 기기에 올려져 법정 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었다.


검찰이 자료를 한 부밖에 안 가지고 있는 경우엔 사무관을 시켜 자료를 바로 복사해오도록 했다. 복사본이 도착할 때까진 사실상 휴정. 검찰이나 변호인이 다음 신문사항으로 넘어가려 할 땐 "잠깐만요, 정리좀 합시다"라며 신문 및 답변 내용을 되짚어 속기록을 직접 확인했다. 의미가 불분명해 보일 땐 직접 질문을 되풀이하며 명확한 답변을 받아냈다. 그야말로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이다.


김 부장판사의 면밀함은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난 1일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으므로 검찰이 신문을 해선 안 되며 다음 절차로 넘어가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검찰은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신문권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답 여부와 관계없이 신문사항을 읽어내려가겠다고 맞섰다.


김 부장판사의 선택은 '신문사항 사전 검토'. 신문사항을 읽어내려가는 것을 허용하되, 유도ㆍ답변강요 성격이 있거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사항, 피고인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미리 걸러내자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약 세 시간에 걸쳐 변호인ㆍ검찰과 함께 질문사항 모든 항을 세밀히 검토해 수정과 삭제 작업을 마쳤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반쪽짜리 신문'을 진행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일부로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 검찰의 구형의견 진술, 변호인과 피고인의 최후변론 및 최후진술 등 재판 대부분의 절차를 마무리지었고 오는 9일 선고만을 남겨뒀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이번 재판이 재판장 특유의 면밀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한 공판중심주의의 전형이었다는 데 이견은 없을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재판이)공판중심주의를 구현했는지 여부에 관해선 상당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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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은 기자 je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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