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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숨겨진 원시秘境 봄내음 '훔쳐보기'

제주 서귀포 '쇠소깍', '갯깍 주상절리대' 그 원시의 비경을 보신적이 있나요?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빼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더욱이 숨겨진 비경(秘境)이라면 '사모하는 여인을 훔쳐보 듯' 조심스럽고 설렌다. 할 수 있다면 남몰래 두었다가 혼자만 보며 미소 짓고 싶은 마음, 너무나도 맑고 차마 더러워질까 고이고이 모셔만 두고 싶은 곳. 그런 비경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 10명중 8명이 찾았다는 남녘땅 제주도. 과연 이곳에도 사람들이 모르는 비경이 숨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먼저 봄이 온다는 서귀포 효돈마을에 자리한 '쇠소깍'과 예래동의 '갯깍 주상절리대'. 이곳이야말로 '꼭 꼭' 숨겨놓고 싶은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제주도의 숨은 비경이라 불러도 좋을 만 하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 따스한 초록색 비경을 찾아 제주로 향했다.

공항에서 서귀포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문 밖을 나서자 봄향기를 실은 바람이 코끝을 자극한다.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아직도 하얀 벙거지를 뒤집어쓴 듯 폭설의 잔해가 남아 있는데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쇠소깍-봄을 부르는 초록색 원시의 물빛

제주의 지명이나 마을 이름들은 참 근사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알고 나면 그만큼 더 특별해진다. 쇠소깍도 그랬다. 너무나 생소한 발음에 강한 호기심을 유발시킬 정도다. 봄이 시작되는 3월 '쇠소깍'을 찾은 이유도 생소한 이름이 한 몫을 했다.


쇠소깍은 서귀포의 숨겨진 명소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이다. 원래는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라는 지명이었는데, 한라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과 바다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쇠소깍'이라고 붙여졌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제주도 방언이다.


서귀포의 유명 관광지와 달리 다소 외진 곳에 있는 쇠소깍은 일부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다녀가는 비경 중의 하나다.

12번 일주도로를 따라 남원 방향으로 가다 효래교를 건너기 전 우회전하면 '쇠소깍'이다.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의 경계가 바로 효래교. 쇠소깍 협곡의 비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리 입구에서부터 쇠소까지 1.2km 구간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해안에 차를 세우고 계곡위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 내려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지만 이곳은 전혀 실망할 수 없는 그런곳이다. 바다와 만나는 계곡의 물빛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쇠소깍 협곡의 주위는 온통 짙은 녹음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아래 옥색 물빛이 한데 어우러져있다. 그 옥 빛 물에 관광객이 배를 띄웠다. 맑은 물이 솟는 협곡에는 새소리만 정적을 깨우고 있다.


쇠소깍의 매력은 푸른 상록수림이 계곡에 비쳐 빚어내는 짙은 초록빛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푸른 하늘빛이 연못에 더해지고 산들바람이 바닷바람과 함께 계곡에 어우러지면 이 일대는 자연이 주는 선경이 따로 없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용암이 흘러내려가다 굳어진 크고 작은 바위와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손으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신비함에 깊은 수심의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빛까지 합세하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상류 쪽은 수량이 적어 말랐지만 쇠소깍에는 항상 옥색의 물이 그득 고여 있다. 땅밑으로 흐르던 지하수가 쇠소깍에 이르러 물을 솟아내기 때문. 지하수는 언제나 18도를 유지한다.


기온이 높은 데다 솟아나는 물까지 따스하니 이곳에는 사철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울창한 상록림과 건강한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자연의 향이 그득하다.

쇠소 끝자락 바다와 마주하는 전망대에 오르니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하얀 포말을 그리며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는 언제 봐도 정겹다.


쇠소깍 해변의 백사장 모래는 검은색이다. 제주도 대부분은 현무암지대인 데 반해 이곳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전에 분출한 조면암으로 형성된 때문이다.


전망대 아래로 내려서면 이곳의 명물인 테우(뗏목의 제주방언)가 한가로이 떠 있다.


쇠소깍의 아름다움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테우를 타보는 것도 좋다. 작고 평평한 땟목인 테우는 줄을 잡아당겨 이동한다. 맑고 투명한 물빛을 유유히 가르며 갖가지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 등 쇠소깍의 구석구석까지 감상할 수 있어 각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갯깍 주상절리대-맨발로 걷는 원시의 감동


쇠소깍에서 12번 일주도로를 타고 중문단지를 지나 창천삼거리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예래생태마을이 고개를 내민다. 마을을 지나 바다를 바라보고 걷다보면 최근 개통된 올레길 8코스다.


월평포구에서 중문 주상절리대를 거쳐 대평포구까지 이어지는 8코스(17.6km)는 줄곧 남쪽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이라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따뜻한 햇볕을 받을 수 있다.


이 올레길에서 만나는 풍경 중 가장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숨은 명소 갯깍 주상절리대가 있다.


해안선에 야트막한 환해장성(環海長城)을 따라 거닐다보면 어느새 갯깍 중상절리대로 가는 다리를 만난다. 이때부터는 맨발로 거닐어야 하는 곳이다. '건강 산책로'로 불리는 길은 신발을 벗은 상태로 동그란 돌들 위를 걷는다.


제주도는 거친 현무암이 주를 이루지만 이곳만큼은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돌멩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색다르다.

돌멩이를 밟아가며 조그만 가면 갯깍 주상절리대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자연이 만들어낸 그 거대한 작품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근 지삿개라 불리는 중문 주상절리대가 눈으로 바라보는 곳이라면 갯깍 주상절리대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열린 공간이다.


특히 갯깍 주상절리대의 뻥 뚫린 동굴 들렁궤에서 만나는 일출은 눈부실 정도다. 일출 무렵에 들렁궤를 찾는다면 동굴을 액자로 삼아 바다 위로 시시각각 다른 색감으로 펼쳐지는 일출을 만날 수 있다.

들렁궤 안 천장에는 육각형의 바위들이 독특한 문양을 만들어 내 마치 중세시대의 성당에 든 것 같은 느낌이다.


갯깍 주상절리대를 지나면 어느새 펼쳐지는 천혜의 '조른모살 해수욕장'이 나온다. 누가 알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주는 이 해수욕장은 유명한 중문해수욕장 옆에 붙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더없이 좋은 숨은 명소가 된다.


서귀포(제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제주공항에서 1131번을 타고 서귀포시로 이동해 12번 일주도로에서 남원방향으로 가다 하효동 효래교 건너기 전 좌회전하면 쇠소깍. 갯깍은 12번 도로를 이용해 중문지나 창천삼거리 가기전에 좌회전하면 예래마을진입로다.


▲볼거리=서귀포에는 볼거리가 많다. 중문단지를 비롯해 천제연, 천지연, 정방 폭포, 지삿개 주상절리대 등은 유명하다. 숨겨진 해안 절경지인 월평 해안과 용천수가 풍부한 강정마을,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그리고 외돌개와 세연교 등도 볼만 하다. 특히 남원읍 위미리에 동백나무 군락지는 처연하게 붉은 빛을 토하며 떨어지는 동백꽃이 아름답다.


▲걷기여행 TIP=쇠소깍과 갯깍길은 제주 올레길에 포함되어 있는 곳이다. 쇠소깍은 올레길 5코스, 갯깍은 8코스다. 이 길은 올 봄 올레길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한 번 쯤 꼭 들러볼 만하다. 눈으로 보고 머리속에 담아오는 숨은비경지로 그만이기 때문. 하지만 눈으로만 담긴에 뭔가 아쉽다는 사람들은 DSLR카메라에 살포시 담아와도 된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걷기여행에서 나서기는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이럴때 배낭이 필수다. 간단한 물과 옷가지, 카메라를 동시에 수납할 수 있는 배낭이면 금상첨화. 로우프로사의 '버사백 200 AW'는 사진장비와 개인용품을 구분해서 넣을 수 있어 걷기여행에 잘 어울린다. 특히 측면 개폐구가 있어 카메라를 손쉽게 빼낼 수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도 쉽게 촬영을 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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