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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형의 추진력-동생의 지혜' 불가능은 없었다

[재계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4>SK그룹 최종건ㆍ종현 회장②


-60년대 꿈도 못꾸던 원사공장 함께 건설
-최종현 회장 1973년 兄 이어 경영권 승계
-섬유부터 석유까지 '수직 계열화' 승부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SK그룹 창업주는 사실상 두 명이다.


창업주이자 맏형인 고(故) 최종건 회장과 그가 타계한 뒤 경영권을 이어 받아 오늘날 SK의 큰 틀을 짠 동생 고 최종현 회장. 최종건 회장은 SK의 섬유를, 최종현 회장은 석유와 이동통신의 길을 완성한 주역이다.

형 최종건 회장이 '추진력이 강한 저돌적인 사업가'였다면 동생 최종현 회장은 경제학 이론으로 무장한 지략가로 대변된다. 형제 경영은 허름하고 초라한 직물공장이 오늘날 에너지, 정보통신 분야를 리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됐다.


◆최종건ㆍ종현 형제 '공동 경영 시대'


최종건ㆍ종현 형제의 성격은 서로 닮은 데가 있으면서도 판이하게 달랐다. 형은 일을 저지르는 편인 데 반해 동생은 일을 꾸미고 가꾸는 편이었다. 형은 통솔력과 추진력, 사교성이 월등했고 동생은 조직력과 계획성에서 형을 능가했다. 최종건ㆍ종현 형제는 어떤 일에나 손발이 잘 맞았다.


1929년 11월21일 비교적 부유한 중농 가정에서 태어난 최종현 회장은 1954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재학 중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최종현 회장의 꿈은 칼럼니스트가 되거나 무역 업계에 진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위스콘신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 석사 과정을 이수한 뒤 1962년 귀국길에 올라야만 했다. 형이 운영하던 선경직물이 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


최종현 회장의 경영 참여로 최종건 회장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동생은 형이 생산해 내는 직물을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하는 한편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구상 무역으로 큰돈을 벌어들였다. 5000여만원의 악성 부채를 1년 만에 털어내고 3년째 되는 해에는 직기 150대에 불과하던 직물 공장이 직기 1000대의 규모로 성장해 있었다.


직물 메이커였던 선경이 원사 메이커로 도약한 것은 1968년이다. 그 무렵 국내에는 크고 작은 직물공장이 800여개나 있을 때였다. 언감생심. 직물 생산 업자가 원사 공장 건설을 생각했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자본 규모가 영세한 직물 생산 업자로서는 누구도 원사 공장 건설을 꿈꾸는 사람이 없었다. 자금 동원 능력이 있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다. 선진 외국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기계 설비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외자 동원 능력도 있어야 했다. 당시 선경직물의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꿈만 같던 불가능한 일은 최종건 회장의 '추진력'과 최종현 회장의 '머리'에서 탄생했다. 지금의 선경인더스트리의 전신이자 국내 최초의 폴리에스테르 원사 메이커인 선경합직을 만들어 낸 것. 그 무렵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국내 외환 대출로 공장 설비를 도입했으며 공장 건설에 필요한 내자는 합작선인 일본의 제인으로부터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연불 조건으로 수입해 직물을 짜고 팔아 충당했다. 선경이 여러 선발 업체들을 따돌리고 거대한 섬유 기업 집단으로 성장한 순간이다.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 업체인 선경합직과 아세테이트 원사 제조사 선경화직을 비롯해 직물을 생산하는 선경직물과 울산직물 및 완제품 생산 업체인 해외섬유와 선삼섬유로 이루어진 선경그룹은 일찍이 국내 기업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직적 기업 결합이었다.

◆최종현 시대 개막..'경영 대권 인수'


최종현 회장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경그룹의 경영 대권을 떠맡은 것은 제1차 석유 파동의 한파가 불어 닥친 1973년 12월이다. 선경 창립자이자 맏형인 최종건 회장이 급환으로 타계한 때문이었다.


최종건 회장이 작고하자 사회 각계의 이목과 관심은 자연스레 선경그룹 총수의 자리를 승계한 최종현 회장에게로 집중됐다. 평소 형의 그늘 아래 밖으로 드러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최종현 회장의 경영 능력을 외부에서는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회사 안에서도 새 총수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매서웠다. 취임 당시 최종현 회장은 안팎의 시련을 맞고 있었던 셈이다. 밖으로는 석유 파동이 몰고 온 세계 경제의 불황을 타개해야 했다.


'수성은 창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창업은 남달리 특출한 용기가 있고 과감한 결단력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수성을 위해서는 창업 기반을 다져나갈 만한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절감한 최종현 회장은 선경의 경영 방식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다. 그룹 계열사 경영권을 각사 사장에게 위임하는 결단을 내렸고 마음속으로 구상 중이던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 계열화를 대내외에 천명하면서 과감한 도전기에 접어들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 최종현 회장은 1974년 전년 대비 71% 증가한 8600여만달러 어치 원사를 수출하고 1975년에는 2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일산 100t 규모의 폴리에스테르 원사 공장을 건설하면서 국내 전체 화학섬유 생산 능력의 34%를 점유하게 됐다. 국내 섬유 업계 제1인자 자리를 명실상부하게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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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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