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11일)한지 보름이 지나고 있지만 정치권은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169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계파간 갈등으로 한 발짝도 못 내딛는 무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여당의 '자중지란' 효과를 누리지도 못한 채 세종시 국면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반면 정부는 수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7일 정부부처 이전계획을 담은 조항을 삭제하고 법안 이름도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서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 특별법'으로 바꿔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이는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
◇靑·政에 끌려 다니는 與= 집권여당의 무력감은 세종시 국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총리후보로 지명된 이후 세종시 수정 이슈를 던질 때만해도 여당 내부에서는 이를 추진할 물밑작업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10월 재·보선에서도 당론이 원안임을 강조하면서 "정 총리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행정부처 이전 전면 폐기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당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겉돌았다.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는 비판에 당 안팎에서 나오자 당·정·청 소통 강화를 주문하면서 당내 세종시특위를 구성했지만 계파간 이견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막을 내렸다.
친이·친박간 대립이 첨예함에도 이를 중재할 완충적 역할을 할 정치 리더십도 실종된 상태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일방적인 국정보고대회에 제동을 걸었던 권영세 의원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측의 토론을 제안했고, 원희룡 의원은 3개 정도의 정부부처 이전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 친박 이계진 의원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제안은 친이·친박 간의 이견을 좁히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계파 간의 화합을 내건 정몽준 대표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친이계에 힘을 실어주면서 박 전 대표와 대립해 세종시 국면을 더욱 꼬이게 했다. 25일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대표의 정치적 선택은 비주류인 박 전 대표와 맞서 주류와 손을 잡는 게 이득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세종시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그에 대한 신랄한 평가도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여당이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속도전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청도민들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野, 반사이익도 못 챙겨= 세종시 수정안에 전면승부를 걸었던 민주당과 선진당 등 야당은 정부의 박 전 대표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 '분당설'과 '조기 전당대회론'까지 파열음이 계속되자 내심 반기면서도 새로운 국면 돌파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거듭된 당내 문제가 내부 동력을 상실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문제와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징계안이 맞물리면서 주류 대 비주류 간의 세력 싸움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야당이 여권의 분열과 난타전으로 반사이익마저 챙기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목소리는 대부분 묻히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다른 야당과 공조해 수정안 국회 처리를 저지하는데 모든 당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국면의 틈새를 확보하지 못한 민주당은 다시 원내투쟁으로 전환, 2월 임시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홍보하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과 지역역차별 문제를 전면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 28일부터 광주 혁신도시를 비롯해 전국 지자체별 혁신·기업도시를 방문해 수정안 저지 여론을 비충청권에도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계파 갈등으로 민생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여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교육 및 복지분야에 대한 정책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이날 뉴민주당 플랜의 일환으로 교원 1인당 학생수 25명 실현을 위한 교원확보, 등록금 상한제 및 반값 등록금, 고등학교 단계별 의무교육, 초·중교 무상급식 등을 교육분야 핵심 정책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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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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