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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事業報國' 일생의 신념, 그는 항상 세계 최고를 꿈꿨다

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1>삼성그룹 호암 이병철④
-기업 존립 기반은 국가 사업 통해 경제 공헌
-국내 최고 만족 못해 대형화로 외국과 경쟁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
"새로 착수해야 할 사업내용이나 그 경영관리방식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하나 하나 자문자답하면서 혼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호암자전(湖巖自傳) 서문에서>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은 와세다대 정경학부에 재학했지만 체계적인 경영학 수업을 받은 적은 없다. 말년에 지수보통학교부터 와세다대까지 4번의 중퇴로 학업을 중도에 접어야 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사업에 투신한 이래 수 차례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며 자신만의 '경영 원칙'을 세워 국내외 기업인들과 학계에까지 배움의 대상이 된 '경영의 대가'로 우리 경제사에 굵은 족적을 남겼다.

그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을 중시했다. 또한 과감한 도전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철저한 사전준비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수많은 전문서적을 읽고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는 탐구자였으며 무서울 정도의 메모광이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평생을 관통한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은 '사업보국(事業報國)' 4자에 담겨있다.

무역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도 위험천만한 제조업에 투신한 것도, 초대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무소불위의 군사정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도, 모두 일제 강점기와 6.25 전란을 거치며 피폐해진 우리 사회에 기업인으로서 봉사하겠다는 투철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사업보국'의 흔들림 없는 소신은 그가 열악한 조건을 무릅쓰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큰 힘이 됐다.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故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부터 해외 원조기관의 실무자, 그리고 새로 건립하는 공장부지의 소유주까지 많은 사람들의 그의 열정과 신념에 감복해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이 회장이 1950년초 제일제당을 설립하기 위해 공장부지를 구할 때의 일화다. 부산시내를 샅샅이 뒤져 전포동의 부산고무공업사의 빈터 1500평을 찾아냈지만 부산고무공업사의 이동인 사장은 수 많은 원매자들이 가격을 올려 불러도 좀처럼 땅을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구입의사를 전하자 뜻밖으로 땅을 팔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이 사장은 "사람과 사업의 취지와 용도에 반했기 때문이지 돈 욕심이 나서 파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아달라"는 말로 제조업에 투신해 국익에 기여하고자 했던 이 회장의 창업정신이 고집을 꺽는 계기가 됐음을 전했다.


이 회장은 훗날 당시 일을 되돌아보며 "보답할 기회를 찾았건만 서울 환도후 얼마 안 가 그가 세상을 떠나 그 기회조차 잃은 것이 지금껏 안타깝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가 '사업보국'의 경영철학에 얼마나 철저했는지 보여주는 일화는 수없이 많다.


제일제당이 생산한 설탕이 수입품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게 되자 임원회의에서 "가격을 올려 수익률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묵묵히 듣던 이 회장은 "지금도 연간 80억환이 넘는 수익이 나는데 가격을 올려 이익을 더 내서 어쩌자는 거냐"고 반문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임원들에게 그는 "제일제당을 세운 것은 삼성물산에서 번 돈으로 제조업에 투자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이지 독과점업자가 돼 사리사욕을 채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밖에도 국빈이 머물 수 있는 국가대표급 호텔을 지어달라는 요청에 손수 일본 전역의 호텔을 돌아본 뒤 세운 신라호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 초대 회장 재임당시 정부에 건의해 조성한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1차경제개발 5개년계획 추진을 위해 민간외자 도입에 앞장섰던 일 등 그가 우리 경제에 기여한 노력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전생애를 통해 나의 기업 활동에서 배우고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존립기반은 국가이며 따라서 기업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인간사회에서 최고의 미덕은 봉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경영하는 기업의 사명도 의심할 여지없이 국가, 국민 그리고 인류에 대해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호암어록중)

◆반세기만에 영근 세계화의 꿈 = "국내의 작은 성공에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국내에서 제일이 된다든지, 국내 경쟁에서 이긴다든지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본을 축적해 차례 차례 새로운 기업을 개척함으로써 선진 외국과 당당히 맞서 이긴다. 그것이 내가 나아가야할 길이다' 이렇게 다짐했다"(호암자전중)


50년대초 아직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전란의 폐허속에서도 이회장의 시선은 세계로 향해 있었다. 그는 결코 좁은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결심아래 "삼성이 세우는 생산시설은 세계적 수준을 갖춘 대형화된 시설이야 한다"는 일관된 소신을 평생토록 지켰다.


1954년 제일모직을 설립하기로 하자 주변에서는 국내 최초의 사업진출인 만큼 위험부담을 감안해 일단 소규모 공장으로 시작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나라 최초의 모직공장이기 때문에 국제경쟁면에서 손색이 없는 최고 최신설비의 대규모 공장을 건설해야 생산원가를 낮춰 품질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설립단계부터 제사ㆍ염색ㆍ가공까지 모두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일관공정을 갖추도록 했다.


또한 주요 설비는 독일에서 부속기계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을 뒤져 최고의 제품을 도입했다. 당시 미국의 모직기계 제조사 임원이 찾아와 "미국의 원조달러로 유럽의 기계를 사들이는게 말이 되냐"며 압박하자 수십장의 메모지를 꺼내들고 조목조목 반박해 되돌려 보낸 일은 유명한 일화다. 또 60년대 중반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한국비료를 설립한 것 역시 경쟁상대를 국내가 아닌 해외서 찾았던 이 회장의 굳은 신념이 뒷받침됐다.


삼성전자를 설립할 때에도 이 회장은 국내 기존업체들처럼 부품을 도입해 조립하는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결심아래 '전자단지의 대형화, 공장의 수익계열화, 기술개발능력의 조속한 확보'라는 3대 원칙을 세우고 산업 자립화의 꿈을 키웠다.


40년이 지난 지금 창립 당시 종업원수 36명, 매출규모 3900만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국내 9개 사업장에 8만3000여명의 임직원이 14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당시 부러움의 대상이던 일본과 미국의 기업들마저 따돌린 채 세계시장을 누비며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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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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