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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①] "원어민 교사와의 대화 한글보다 편해"

영어에 빠진 아이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수원 영통에 사는 하연일(33)씨의 여섯 살 난 아이는 최근 6개월가량 다니던 영어 유치원을 그만뒀다. 수소문 끝에 평판이 좋은 곳을 골라 보냈지만, 아이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활동이 많고 모두 영어로 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아이가 힘들어 한 것이 주된 이유다.


"일단 아이가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어요. 영어 유치원은 검증된 방법 중 하나일 뿐이죠. 영어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영어에는 흥미를 잘 붙이고 있나, '바른 아이'로 자라나고 있나, 한글 공부는 소홀해지지 않을까, 항상 고민이에요."

아이의 영어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은 부모는 하씨뿐 아니라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가 영어와 친해질 기회를 찾아주는데 몰두하다보니, 아이의 한국말에 영어 명사가 자주 들어간다는 것도 부수적인 고민거리로 등장했을 정도다. 자녀를 둔 학부모 뿐 아니라 영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평생의 화두일 수밖에 없다.


지난 해 9월 기준 영어 유치원, 즉 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학원은 전국에 181개다. 취학ㆍ미취학 아동을 아우르는 8517개 영어 학원까지 더하면 그 수는 조만간 1만개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다. 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모국어처럼 썼으면 하는 부모들의 바람은 아이의 영어교육 시기를 생후 6개월까지 낮추고 있다.

영어교육 열기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82cook.com이나 네이버카페 마더스, 맘스홀릭, 하우투 등 '엄마'들이 모인다 하는 사이트에서는 영어 유치원에 대한 질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답변을 다는 선배 주부들 역시 준전문가 수준의 정보력을 갖췄다.


영어 유치원 도입 초반에는 '아이들의 인성교육, 인지능력발달 면에 소홀하다'는 문제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영어 유치원들이 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해 '영어'와 '유치원'이 접목된 교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하는 영어공부, 스토리텔링 식 영어 학습 등을 통해 영어유치원에 대한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것. 그러나 부모들은 단지 '괜찮은 영어 유치원'을 찾아 아이를 입학만 시키면 되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초등생도 영어연수 흔해="Where is Steven?" 서울 중계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하늬(가명)씨는 교무실에 앉아 있다 깜짝 놀라는 일이 많다. 종종 아이들이 김씨에게 찾아와 영어로 원어민 교사를 찾기 때문이다. 특히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한글보다 영어가 편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일부 아이들의 경우 원어민 교사도 깜짝 놀랄 정도로 '영어 네이티브'에 가깝다. 김씨는 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이 더디다는 점을 우려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서서히 적응하지만 저학년 중 일부는 원어민 교사와의 영어 대화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지 자주 찾아와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러면 아무래도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은 오래 걸리겠죠."


초등학교 수업에 들어가면 3~6개월 과정으로 연수를 다녀온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에서 1년 이상 살다오는 경우도 종전에는 부모의 직업 특성상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부모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초등생도 영어실력으로 차별화=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이들 사이에서 역시 영어실력은 관계형성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영어유치원을 다니거나 영어공부를 중점적으로 하고 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교육의 시작을 영어로 하는 추세예요. 그렇다보니 이미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실력의 차이가 확연하죠."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씨 말처럼 이제 초등학생들도 영어로 우열반을 가린다.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은 '방과 후 부진아 지도반'에서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학생들 중 '선행 영어학습' 한번쯤 안 한 아이가 없다는 것.


최씨는 어린아이 일수록 영어실력은 교수법이 아니라 흥미와 자신감에서 온다고 말한다. "평균에 맞춘 수업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생기는 현상이 초등학교까지 내려온 것 같아 씁쓸해요.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거운 수업'을 만들지가 최근 저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영어원어민 교사로 과외를 시키거나 해외연수를 문의하기 위해 유학원 등을 전전하는 학부모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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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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