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은 참 잔인한 게임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다는 자동차게임에서 유래한 이 게임은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입니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야심작(?)인 세종시 수정안이 오늘(11일) 발표됩니다. 수정안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반대론자들은 반대 뜻을 명백히,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반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박 전대표측 인사들은 이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음모론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야당측은 세종시 원안 고수를 위해 박근혜 전대표측과 연대할 뜻을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이제 남은 건 누가 충돌 직전 핸들을 꺾느냐, 아니면 부딪혀 공멸하느냐만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중간선거 격인 6월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극적인 타협안 합의는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행정부 분할의 비효율성과 국토균형발전 및 이미 합의된 내용이라는 양측의 주장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평행선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증시에선 그냥 스포츠게임 같은 이벤트일 뿐입니다. 마치 경기가 치열할 수록 관중들이 많이 모여 흥행이 되는 것처럼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수록 발빠른 투자자들은 흥겹습니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행정중심 도시가 되든, 수정안대로 기업중심 도시가 되든, 투자수익만 올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세종시 테마주는 가장 손쉬운 분석이 가능한 세종시 및 인근 부동산을 보유한 상장사들입니다. 충남 연기군에 본사가 있는 유퍼트와 유라테크, 공장이 있는 프럼파스트, 인선이엔티 대주산업 한국콜마를 비롯해 대전과 충북 청원에 공장이 있는 영보화학, 대전에 본사가 있는 계룡건설, 공주에 본사가 있는 자연과환경과 천안의 모헨즈 등 조금만 연관이 있으면 테마주로 묶여 동반 강세를 보였습니다.
올 들어서는 삼성 효과까지 가세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세종시에 입주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보도에 삼성전자와 관련된 바이오시밀러 관련주 외에도 각종 바이오 테마들이 들썩일 정도였습니다. 삼성전자와 바이오시밀러 사업협력으로 주목받았던 이수앱지스가 역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에스디 나노엔텍 인포피아 유비케어 등 바이오 테마주들이 시세를 냈습니다.
이들 세종시 테마로 적게는 몇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 시가총액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세종시 열풍으로 인해 그만큼 경제적 이익을 올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심지어 테마주 회사 관계자들조차 "(회사와) 세종시는 크게 연관이 없다"며 주가 급등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 정국은 한층 더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세종시 테마를 선취매한 투자자들과 뒤늦게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간의 매매공방도 치열해 질 것입니다. 세종시를 두고 또 하나의 '치킨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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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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