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뉴밀레니엄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이 Y2K가 아닌 금융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기사처럼 지난 10년은 투자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투자자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을 많이 남긴 시간이었다.
# 과거의 가격은 무의미하다 = 6개월 전, 혹은 1년 전 주가가 100달러였다고 해서 현재 주가 1.50달러가 저평가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감하기 힘들면 2000년 전후 닷컴 버블 당시와 2007~2009년 은행주 주가를 한 번 생각해 보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가격이 투자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현재 가치를 결정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계선(繫船)' 혹은 '계류(繫留)'라고 일컫는다. 육지에 매인 선박처럼 과거와 현재 가격에 대한 관념이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투자자들이 극복해야할 가장 큰 골칫거리인데, 다행스럽게 실수를 저질러도 거품이 빠져나갈 시간적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더 싼 값에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에 기회를 놓쳐버린다는 점이다.
# 밤잠을 설치게 한다면 최악의 포트폴리오다 = 투자와 포트폴리오에 관한 이론이 넘쳐나지만 현실 세계에서 평범한 투자자에게 가장 훌륭한 것은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하는 포트폴리오다. 모멘텀이나 마켓타이밍, 기술적 분석도 필요 없다.
주가 등락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매입한 종목을 빈 틈 없이 이해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엑손 모빌이나 크래프트 푸즈를 매입했다면 부정적인 소식이 들렸을 때 '팔자'보다 보유나 '사자'를 택했을 것이다.
# 트레이딩과 투자는 다르다 = 단기 트레이딩을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하수라고 보면 된다. 부동산과 주식, 원자재에 이어 생겨날 버블을 찾아 투기적 거래를 하고 싶다면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예로부터 위험하지만 쉽고 크게 한 몫 잡을 기회로 버블만한 것이 없었다.
다만, 이건 트레이딩일 뿐 투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 둬야 한다. 가격 상승을 노리고 단기 베팅하는 행위와 가치 상승에 대한 확신으로 중장기 보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2000년대 초반 기술주에 장기 투자하리라 마음먹은 투자자가 비일비재했다.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 비자발적 장기 투자로 '전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단기 손실은 장기 재앙으로 이어진다.
트레이딩을 하면서 손실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 손절로 100% 손실을 피하겠다는 생각이 보다 합리적이다.
# 완벽한 마켓타이밍은 불가능하지만 완벽한 평가는 가능하다 = 어떤 자산의 가격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고금의 진리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금융시장이 투자자에게 이야기하는 한 가지는 완벽한 마켓타이밍은 없다는 사실이다. 정확에 가까운 평가와 코스트 애버리징 기법을 갖추면 적어도 크게 잃는 일은 없다.
# 불가능한 것과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다르다 = 10년 전, 엔론과 월드콤이 희대의 분식 회계로 파멸하는 일은 달이 두 개 뜨는 것만큼 불가능해 보였다. 밤하늘에 두 개의 달이 뜨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엔론의 파산은 실제 벌어진 사건이다.
금 선물이 온스당 1200달러까지 오르는 일이나 국제 유가(WTI)가 배럴당 140달러를 웃도는 것 역시 불가능해 보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과 불가능한 것은 한 끝 차이일 듯 하지만 분명 다르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씨티그룹의 구제금융까지 당장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 10년 후에는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이 뉴밀레니엄의 첫 10년간 숱하게 벌어졌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