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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김 빠지는 세계화..'국익'이 우선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최근 10년간 세계화는 기업들 사이에 말 그대로 '대세'였다. 글로벌 무대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영토 확장에 나섰던 것. 하지만 영국 기업들 사이에 세계화는 이제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국민과 정부가 외국기업의 영국기업 M&A에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아크조 노벨은 2년 전 80억 파운드(약 15조원)에 영국의 종합화학회사 ICI를 인수했지만 지금도 대표 상품인 페인트에 ICI로고를 유지하고 있다. 아크조 노벨의 한스 위저스 최고경영자(CEO)는 “브랜드 통합 작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 “단계를 밟아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름 변경을 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ICI인수과정에서 고용 등의 문제로 영국 사회의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내장재 생산업체인 영국의 BPB, 주류업체인 얼라이드 도메크, 영국 은행 아베이 내셔널(Abbey National), 발전업체인 스코티시 파워(Scottish Power) 등 많은 영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인수되면서 이 같은 거부감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업체의 영국 기업 인수는 2005년 10월말 정점을 이뤘다. 스페인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가 180억 파운드에 영국의 통신업체 O2를 인수하고, 일본판유리가 20억파운드에 영국의 필킹톤을 인수하는 등의 활발한 거래가 있었다.


그러나 FT는 2010년대에는 2000년만큼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 국가들이 영국기업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가까운 사례로 크래프트의 캐드버리 적대적 M&A를 사례로 제시했다. 로드 만델슨 영국 산업부 장관은 “크래프트 푸즈가 캐드버리 적대적 M&A에 나선다면 영국 정부의 상당한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의회는 국익에 반한다는 명분으로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을 이용해 적대적 M&A를 막을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Unite)는 “크래프트가 캐드버리를 인수하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결정이 모두 바깥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또 영국의 한 언론은 캐드버리를 영국에서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이에세경영대학원의 판카즈 게마와트(Pankaj Ghemawat) 세계화 전문가는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로 잠잠하던 영국이 글로벌 M&A의 화약고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원이나 구조조정 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의 산업을 우선하는 사회분위기와 심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델슨 장관은 지난 9월 “영국 제조업의 대주주가 해외 기업으로 바뀌면서 영국 제조업이 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저스 CEO는 “영국이나 다른 유럽국가에서 지금의 세계화 흐름을 바꾸지는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M&A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만 실익이 무엇인지 차후에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는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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