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 될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권에서 판매된 상품 중 24조원 상당의 펀드 잔액이 판매사 이동자체가 불가능한 '단독상품'이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펀드를 옮기기 위해선 이동할 판매사가 자신이 가입한 펀드를 팔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펀드판매 주도권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에 판매된 주식형펀드 중 판매사가 단 1곳인 펀드 잔액은 10월말 기준 총 24조1257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사실상 각 판매사별 전용상품으로, 현재 114조원대인 주식형펀드 시장의 2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펀드 가입 후 3개월이 지나면 자유롭게 판매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펀드 이동제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이들 상품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은행별 단독상품 비중을 보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틀어 펀드 누적 판매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10월 말 현재 단독 펀드상품 판매잔액은 14조8286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민은행의 총 판매잔액(10월말 누적) 32조9826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은행을 통해 펀드를 가입한 투자자 2명 중 1명은 이동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신한은행도 '신한BNPP BEST장기주택마련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 '동부델타-프리베주식혼합 7', '마이다스 New 2Star파생상품POSH- 1' 등 157개의 단독상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상품의 현재 펀드잔액은 1조3540억원이 넘는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 2Star파생상품투자신탁KS- 9', '마이다스New 2Index파생상품KN- 9', '삼성퇴직연금패시브배당안정40증권자투자신탁 1[채권혼합]' 등 2458억원 상당의 단독상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과 HSBC은행 SC제일은행의 단독상품 판매잔액도 각각 2조6924억원, 4762억원, 4233억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외환은행 경남은행 산업은행 농협 부산은행 제주은행 등도 다수의 은행 전용 클래스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펀드 판매사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으로, 이 중에서도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점을 내세워 펀드 판매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판매된 상품 중 상당수가 이동할 수 없는 단독상품인 것으로 나타나 펀드이동제도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사 이동제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중간에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사를 갈아탈 수 있는 제도지만 주요 판매사인 은행의 전략펀드 대다수가 '온리 원(only one)' 상품이라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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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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