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철강재등 프리미엄제품 "몸값 낮춰라"
국내업체 영향 불가피… B2C구조 큰 변화올듯
[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 외산 프리미엄 제품이 저가공략을 기치로 내수시장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외산 산업재의 한국 시장 진출 양상을 바꿨기 때문이다. 과거 '비싸면 제값을 받는다'는 태도를 보이던 외국 기업들이 이제는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표방하고 있는 것.
이는 비단 외국 업체들 뿐 아니라 해당 분야 국내업체들의 가격정책에까지 영향을 줄 전망이어서 장기적인 B2C(Business To Consumer) 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트렌드 변화가 가장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차세대 휴대폰인 스마트폰 시장이다. 지난달 28일 국내 공식 출시된 애플 아이폰은 KT를 통해 약정을 포함해 20만원대에 판매되며 요금제에 따라서는 공짜도 가능하다. 출고가격이 50만원선인 노키아의 뮤직폰 역시 약정을 포함해 사실상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격도 즉각 낮춰졌다. SK텔레콤은 아이폰 출시 직후 삼성 T옴니아2의 판매가격을 옴니아보다 낮췄다. 2기가바이트(2GB)모델이 92만4000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LG전자는 아예 최고사양의 스마트폰을 60만원대 출고가에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요금제에 따라 10만원대, 혹은 공짜로 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최근 도요타가 딜러 마진을 깎으면서까지 베스트셀러 '캠리2.5'를 3490만원에 판매, 단숨에 11월 수입차 판매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수입차 저가경쟁의 선봉에 섰던 혼다는 지난 10월 '뉴CR-V'와 '뉴 시빅'의 가격을 20만~220만원 인하했으며 12월에는 한 달 동안 취ㆍ등록세를 지원해 'CR-V 2WD 어반'과 '시빅 하이브리드'를 각각 200만원, 240만원씩 추가 할인해준다.
포드는 대형세단 토러스를 10년 전 가격보다도 싼 최저 3800만원에 출시했으며 벤츠 역시 전략모델인 뉴 E클래스의 가격을 대폭 낮추고 순정 차체 부품 값을 20%나 내렸다.
고가기조를 유지하던 일본 철강재 역시 가격을 깎기는 마찬가지다. JFE스틸 등 일본 철강사들은 지난 3분기까지 HR(열연강판) 등 핵심 철강재를 중국산보다도 30% 가까이 싼 가격에 한국에 수출했다. 국내 기업들이 반덤핑 제소까지 검토할만한 수준이었다. 3분기 말부터 가격이 다시 오름세지만 일본산 구매를 늘렸던 냉연업체들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건설업계에까지 영향이 불가피하다.
저가공세로 인한 국내 판도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랜드 스파오의 '1만원대 청바지'로 일본 유니클로의 저가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출현한 전략 상품이다.
유니클로는 최근 대형 매장을 활용해 전방위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다. 60%의 매출신장율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다음으로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많다. 이랜드는 이에 즉각 반응, 스파오 매장을 통해 같은 품목의 가격을 유니클로에 비해 30~40%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청바지 한 벌이 1만원대에 팔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가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창식 SERI(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이나 일본 유니클로에서 보듯 최근의 저가 트렌드는 일시적은 소비심리 위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선진국 기업들이 이에 맞춰 생산혁신이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도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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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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