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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堂狗三年吠風月)고 한다.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많은 사람들은 놀랐지만 두바이에 삼년쯤 사는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미 '느낌 '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흘간의 서울 체류를 마치고 돌아온 4일 두바이에서 가장 먼저 만난 외국인 친구의 말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잖아!"였다. 그만큼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는 두바이의 취약성(vulnerability)은 이미 다 아는 얘기였다.

지난달 27일 서울. 거의 대부분의 일간지 1면은 두바이의 흥망성쇠(興亡盛衰) 가운데 '망'(亡)과 '쇠'(衰)를 대서특필했다. 시골의 촌부들도 두바이의 실패를 이야기 하고 앞으로의 비관적인 전망을 이야기했다. 두바이의 '빨리 달아오름과 쉬 식어감' 보다도 오히려 더 약삭빠르고 가볍다.


그러나.. 알고 보면 두바이의 위기는 이미 2008년 초부터 만삭이었다. 포스트모던한 두바이의 그 아슬아슬함. 임신기간이 다소 길긴 했었지만 결국 두바이는 위기를 낳았다. 어렵지 않게 예상되던 일이었다.

그해 여름 버즈두바이의 아파트 값은 평당 1억을 넘어섰고 모두들 투기에 몰두했다. 건설자재 값은 물론 세계 곡물가격도 급등세를 타며 두바이는 점점 더 비싼 도시가 돼 갔다.


UAE가 달러페그제를 폐기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감(디르함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에 영국인들은 파운드화를 디르함(UAE의 화폐단위)로 바꿔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 영국의 파운드화의 약세행진도 이미 예견되고 있고 있던 시점이었다.


영국인들만이 아니었다. 두바이로 몰려왔던 한국인들은 2007년에는 아부다비로 건너가 그해 아부다비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1위국이 됐다. 오일머니를 유치하겠다던 한국인들이 오히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옮겨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곳곳에 땅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은 두바이를 비롯한 UAE에 열광했다.


한편 한국이 두바이에 열광하던 2008년 상반기. UAE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던 영국 Durham 대학의 크리스토퍼 M. 데이비슨 교수는 '두바이, 그 성공의 취약성'(Dubai, The Vulnerability of Success)이라는 책을 출판해 두바이의 위기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다. 그는 책 머리에 "나의 사랑하는 두바이에게, 충직하지만 비판적인 친구로부터"라고 썼다.


그 이후 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기우'라며 애써 외면했다. 아니 두바이의 '위기 잉태' 사실을 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던 11월. 그 달에도 우리는 오일머니를 유치하려 두바이를 찾았고 두바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그 때까지도 약간은 금기시됐다.


사실 UAE가 중동 국가 가운데 한국인이 열망할 만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아부다비는 한국기업들이 올해 루와이스 지역에서만 약 100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릴 정도로 기회의 땅이다. 두바이도 보기보다는 멋진 구석이 있다. 두바이 특유의 사회적 개방성과 사람들과 물건들이 오고가는 물류의 허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 결코 쉽게 평가절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바이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는 두바이에 대해 좀 더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려야 할 듯싶다. 적어도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을 왜곡하거나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한 연예인의 말처럼 신문에서 팩트(사실)만이 아니라 진실도 만날 수 있었다면, 한국인들은 두바이의 위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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