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권대우의 경제레터] 잊혀진 여인

시계아이콘02분 03초 소요

‘언프렌드(unfriend)’가 뉴옥스퍼드 아메리칸 사전의 올해의 단어로 뽑혔다고 합니다. 'un'이라는 접두사 탓에 얼른 ‘친구안하기’로 번역 했습니다. 사이좋은 친구가 된다는 말은 있어도 어떻게 친구를 안하도록 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unfriend'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일촌끊기와 같은 의미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위크에서 '친구목록 삭제' 등에 쓰이는 신조어”라는 설명 기사를 읽고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작은 딸이 친구랑 저녁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말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친구랑 카페에서 만난다고? 그것도 저녁시간에? 저도 모르게 어디서 만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응, 8시, 다음 카페에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이버 공간의 카페를 저는 순간적으로 현실 공간의 카페로 착각한 거지요.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며 맺는 관계도 정리할 줄 몰라 쩔쩔매고, 기껏해야 이메일만 사용하는 저로서는 사이버 세상에서 인간의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는 일입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서는 가까운 친구들을 등록해 친구의 목록을 만든다고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일촌’이지요. 제가 알기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일촌, 형제 자매 관계가 이촌, 마주보면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돌아서면 남이 되어버리는 부부사이는 무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이버 세상에서의 일촌은 그냥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에 불과한 것이랍니다. 일촌의 숫자가 많음은 자신이 인기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많은 사람이 등록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일단 일촌으로 등록을 할 때는 서로의 동의하에 이루어집니다.


그와는 반대로 사이트의 주인이 ‘친구삭제하기’ 혹은 ‘일촌끊기’ 항목을 상대방과 의논도 없이 클릭함으로써 둘의 관계는 끝이납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여전히 그 친구의 일촌이라 생각하고 접속했는데 그 친구가 나를 ‘unfriend’시켰기에 더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엄마, 수영 끊어줘, 학습지 끊어줘, 태권도 끊어줘…’라며 늘 엄마한테 조르던 아이들이 사이버 세상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마구 친구를 끊어버리는가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친구 목록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삭제 당해서 한마디 변명도 할 수 없고 가까이 갈 수도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될 수 있는 일인가요?

저는 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여러 겹으로 싸여있는 양파를 떠올립니다. 양파의 가운데에 제 자신이 있는 것이지요. 가장 가까운 껍질에 있는 사람들, 두 번째 껍질에 있는 사람들, 다섯 번째 껍질에 있는 사람들… 나는 그 친구를 세 번째 껍질에 두었는데 그 친구는 나를 첫 번째 껍질에 두었다면 서로의 기대가 어긋나 힘들어집니다. 비슷한 순위에 두도록 같이 노력해야 오랫동안 만날 수 있게 되겠지요.


요즘 수첩에 전화번호를 적어 다니거나 외우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다 전화번호 검색을 눌러 이름을 입력해 번호를 찾아냅니다. 어느 날 전화번호 추가를 눌렀는데 1000명이 넘어 더 이상 저장할 자리가 없다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그때 처음 휴대폰의 번호저장 한도를 알았고 제가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싶은 분이 1000명씩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의 거리가 가장 멀다고 생각되는 분의 전화번호부터 수첩에 적어두며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저와는 관계없는 단어인 줄 알았던 ‘unfriend’ 단어의 의미를 알기시작하면서 말입니다. 요즘은 이러한 작업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삭제할 때마다 그분과 보낸 시간을 생각하며 한때는 가까운 사이였는데 지금은 왜 1000명 밖으로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어떤 분이 나의 휴대폰에서 떠나감으로 세월이 지나면 나에게서 잊혀지는 사람이 되고, 나 또한 어떤 분에게서 ‘친구 삭제’됨으로 인해 잊혀진 여인이 되겠구나 생각합니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여류 시인이자 화가였던 마리 로랑생의 시를 떠올립니다.


권태로운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슬픔에 젖은 여인입니다.
슬픔에 젖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입니다.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병을 앓는 여인입니다.
병을 앓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버림받은 여인입니다.
버림받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쫓겨난 여인입니다.
쫓겨난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죽은 여인입니다.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입니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