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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베네통과 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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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의류매장에 가면 유난히 원색으로 치장한 코너가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겨울의 초입에 찾아봐도 그 매장은 항상 봄의 빛깔처럼 산뜻함을 자랑합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스웨터로 시작해 전 세계 120개국 5000여개 매장에서 매년 1억벌 이상의 옷을 파는 굴지의 의류기업 베네통의 역사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파격에서 시작됩니다.


창업자 루치아노 베네통은 열살 나이에 세 명의 동생과 어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소년가장이 되어 학업을 포기하고 조그만 양복점에서 일하게 됩니다. 당시 양복점은 몇 벌의 견본품만 진열되어 있을 뿐 상품은 모두 안쪽에 보관되어 소위 쇼윈도는 없었습니다. 손님이 일단 사고자하는 옷을 설명해주면 점원이 찾아다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베네통은 어린 나이였지만 양복점에서 일하며 문제점을 살피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루는 하얀 바탕에 노랑과 파랑 줄무늬가 그려진 나비넥타이를 매고 가게에 갑니다. 주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디서 났냐고 물었고 베네통이 부엌의 자투리 천으로 만들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답합니다. 주인은 ‘행주 넥타이’에 깜작 놀라며 또 한바탕 훈계를 합니다. 베네통은 늘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색다른 것을 찾아냅니다.


스무살이 됐을 때 그는 편물기계 한 대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스웨터 생산을 시작합니다. 탁하고 평범한 색깔의 옷이 주류를 이뤘던 당시 ‘후염색기법’을 개발해 화려한 색깔의 스웨터를 만들고 쇼윈도에 옷을 진열해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도록 유인합니다. 또 직접 만져보고 둘러보며 옷을 고르게 합니다. 당시 의류업계에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혁명이었습니다.

그는 공장을 지을 때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전체가 세 개의 날개로 이루어지고 각 날개는 나사모양으로 연결됐으며 중심부에 넓은 뜰이 들어서는 마치 우주선과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또 세계 젊은이들을 모아 영화, 음악, 디자인, 책 등을 연구하는 ‘파브리카’라는 연구소를 만들어 젊은이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베네통의 옷은 파격적 이미지가 있고 창의적 철학이 들어있고 평합니다. 결국 창업자의 파격적인 창의력이 오늘의 기업 베네통을 만든 것입니다.


얼마 전 신세계그룹 임원단이 전남 함평을 방문해 화제가 됐습니다. 그들은 지난 7월 함평군수의 ‘나비축제가 뜬 사연’이란 강연을 듣고 현장을 찾게 된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전라도 시골마을이 어떻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해답을 찾기 위한 행차였습니다.


30만평에 꾸며진 각종 모형과 전시관, 곤충생태학교 등을 둘러보고 함평 들녘에서 자란 쌀 등 각종 생산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설명을 들으며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책이나 예술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영감을 얻게 됐습니다. 함평처럼 창조적이고 차별화된 생각들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갑니다.” 구학서 부회장의 말처럼 지역축제의 새 지평을 개척한 함평은 많은 것을 우리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함평에서 느낀 신세계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됩니다.


창의력과 창조, 누구나 원하는 덕목들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시대에 어떻게 하면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나의 울타리를 과감히 벗을 때 창의력이 생겨난다고 조언합니다. 평범한 사물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금은 천진한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역발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자신을 리모델링하는 효과를 주며 보다 감성적이고 독창적인 인간으로 변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15세기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면 인도로 가는 길이 왜 동쪽뿐일까” 막연한 호기심으로 항해를 나섭니다. 그의 무모하리만큼 용감한 항해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습니다. 그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었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우리 사회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느 분야에서든 넓고 큰 시야를 갖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창의적인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를 조망하고 아우를 줄 아는 보다 독창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가 절실한 것입니다.


겨울의 초입에 선 을씨년스러운 11월의 마지막 주, 베네통의 색깔만큼 보다 화려하고 산뜻한, 또 곧 나비가 날 듯한 함평의 온실을 생각하며 보다 파격적이고 용감한 발상을 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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