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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홍삼과 반도체

시계아이콘01분 56초 소요

인삼을 심은 밭에는 20년간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인삼은 땅의 기운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입니다. 인삼은 흙을 매개로 하여 한반도 5000년 동안 변함없이 이 땅과 ‘내연의 관계’를 지속해온 숙명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삼은 ‘흙으로 빚은 인간이 결국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생명 사이클을 충실하게 반영한 식물이기도 합니다. 이 위대한 뿌리가 인간의 몸속에 침투해 일으키는 놀라운 임상변화에 관해서 13년째 열변을 토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

6년근 홍삼 하나만으로 고집스럽게 사업을 하고 있는 (주)홍원의 최후자 사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시간이면 기꺼이 홍삼전도사가 되기를 자청하고 연단 위에 올라섭니다. 이 회사의 간부들은 99%가 중년여성이고 그들 대부분이 스스로 홍삼을 복용하고 활력을 찾은 산 증인들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는 홍삼의 효능에 관한 생생한 임상체험기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축적된 회사이기도 합니다. <홍삼은 세포도 춤추게 한다>와 <홍삼의 기적>이란 책이 바로 그런 내용을 담아 펴낸 것입니다.

그러면 홍삼과 반도체는 과연 어떤 연관을 지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둘은 적은 양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홍삼은 인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킨 제품이기에 두꺼운 양장본 책 한권 정도의 분량이면 300만원이 넘고 양손에 들 수 있는 보따리 정도면 3000만원이 넘는 초 고가품입니다.


그게 산삼이라면 마치 첨단전투기처럼 필요한 고객에 따라서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삼의 약효가 극대화되기 위해선 6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때까지 생존하는 인삼도 드물지만 실은 재배 농가에서 6년을 기다리기가 더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인삼도 6년근 짝퉁이 나돌고 중국산 수입으로 골치를 앓는 중입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은 몇 년마다 업그레이드를 하면 영원히 그 라인에서 생산이 가능합니다. 초단위로 대량 복제생산이 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홍삼은 결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대중가요 가사에는 감히 ‘천년의 사랑’을 언급하기도 합니다만 인삼이야말로 천년동안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보물이었습니다. 천년 전에는 오늘날의 반도체처럼 최고의 수출품이었으며 그 브랜드명이 ‘고려인삼’이었지요.


진시황이 최측근 가신에게 반드시 찾아오도록 황명을 내렸던 ‘불로초’가 다름 아닌 고려인삼이었습니다. 물론 인삼은 아직도 과학적으로 증명이 다 끝나지 않은 영약입니다. 머잖은 날 한국인이 노벨의학상을 탄다면 그 연구 성과가 인삼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반도체를 몸에 심는다면 뇌파를 조절하거나 심장의 박동을 조절할 수 있을지 모르나 유전자 자체에 영향을 주어서 생명을 연장시키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즉 반도체는 신체 일부분의 기능에 관여할 뿐이지 생명의 본질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홍삼은 인간의 혈류를 따라서 몸 구석구석을 돌면서 잠자고 있는 모든 세포를 깨우고 흔들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게 할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해 인간이 고유한 생명체로서의 자기 수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인체 파수꾼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人蔘은 지상의 수만 종의 약초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 人’자를 쓸 수 있도록 허락받은 영약으로 다른 나라 땅에다 심으면 현저하게 약효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토종으로서의 긍지를 가장 많이 가진 약초이자 이 땅의 주인을 닮은 식물이지요.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 제목처럼 ‘사랑의 배터리’가 있다면 ‘생명의 배터리’도 우리 몸에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홍원의 최 사장은 홍삼이야말로 평소에 그 배터리를 충전해 주는 가장 확실한 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지팡이를 짚고라도 홍원으로 오라”는 확신에 찬 메시지를 대형 LCD TV화면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달하는 강당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그 수백명 중에 아무도 마스크를 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조금은 놀라운 일이지요. 전국 20여개 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세계가 긴장하는 까짓 신종플루 쯤이야 서대문 사거리를 지나가는 한때의 겨울바람 정도로 여기는 홍삼의 천국이 바로 홍원이란 회사입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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