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 종료 조치가 원화강세를 부추겨 자칫 국내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 종료로 환매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면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도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일 기준 해외주식형 펀드는 430억원 순유출을 기록, 지난 9월 10일 이후 51거래일 연속 환매가 이뤄졌다. 해외주식형 펀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6월 이후 사상 최장 자금 유출 기록으로,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만 1조4700억원이 넘는다. 이는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한 달러를 다시 원화로 환전한 금액으로, 외환보유고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해외펀드 가입이 늘면 국내 달러 수요가 증가해 외환보유고가 줄게 된다. 만약 베트남 펀드에 가입한다면 펀드 운용사는 고객이 투자한 원화를 달러로 바꿔 베트남 기업에 투자하게 돼 외환보유고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해외펀드 환매가 늘면 펀드 운용사는 투자한 해외 주식을 팔아 챙긴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해 외환보유고가 늘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가뜩이나 달러값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해외펀드 환매로 국외에 투자한 달러까지 국내에 유입되면 원화강세가 더욱 확대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해외펀드의 환매행렬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9월9일 1227원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이 전일(23일) 1155.7원에 마감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와함께 달러 유입으로 원화강세가 확대되자 이는 다시 환율변동에 노출된 해외펀드의 손실을 키워 환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약달러 기조로 전 세계가 자국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 유출 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해외펀드를 권유해야 하는 상황인데 비과세 혜택 종료로 달러 유입만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센터장은 "무역수지 흑자폭이 좋은 상황에서 해외펀드 환매까지 이어지면 올 연말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선 이하로 내려갈 수 있으며 내년에는 1000원선도 무너질 수 있다"며 "비과세 혜택 조치 연장 등 해외펀드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7년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빼내 원화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며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운행된 이 조치가 올해말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해외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국내펀드와 동일하게 이익금의 15.4%를 세금(배당소득세)으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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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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