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당 2000원 적정선…14일 도매시장 거래가 1000원선
12월 초 본격 출하 시작되면 500원도 못 받을 판
14일 오전 11시 광주 광산구 동산동에 있는 66116m²(약 2만평)규모의 배추밭.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애지중지 길러온 배추를 살피기 위해 밭에 나온 김춘화(57ㆍ여)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김씨는 지난 8월부터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정성껏 배추를 키워왔지만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배추가격에 품삯은 커녕 빚만 잔뜩 질 형편이다.
이 일대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20여명의 농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이날 삼삼오오 모여 '배추를 어떻게 팔 것인가'를 논의해봤지만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한 채 무거운 발 길을 돌렸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농가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초겨울들녘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비료값, 종자비 등 생산비를 고려했을 때 배추 한 포기당 2000원은 받아야 본전이지만 이는 커녕 절반도 못받을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최상품 배추 한 포기 당 도매가가 1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처럼 김장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배추값이 폭락하고 있는 것은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온 날씨 덕에 배추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신종플루 영향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식당들의 영업도 부진하면서 소비량이 급감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생산된 배추는 아직 시장에 풀리지도 않은 상황이라서 지역 농가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호남지역 기준으로 12월 초부터 시작되는 김장철에 맞춰 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배추값 폭락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 전에 비해 종자값은 20배나 올랐지만 배추값은 2년째 생산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대체 작물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빚을 내 또다시 배추농사를 지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최악의 경우 다음 작물인 양파 농사를 위해서라도 12월 중순까지는 배추를 다 팔아 치워야 하기 때문에 포기당 500원도 받지 못하는 '밭떼기'로라도 배추를 넘겨야 할 형편이다.
이에 배추 농민들은 아파트 단지나 마을 부녀회와 직거래를 맺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종플루 영향으로 단체로 김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씨는 "20-30포기 씩 소량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한두명에게 그렇게 팔아서 언제 이 많은 배추를 다 치우겠냐"며 "우리 같은 농민들에게는 직거래가 살길이지만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변변한 대책 하나 없이 정부는 폐기처분만 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광남일보 김보라 bora1007@gwangnam.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