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환보유고 다각화 의도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3일(현지시간) 인도중앙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 67억 달러 어치를 구입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금값이 사상최대치로 치솟았다.
이는 인도를 비롯한 전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과 함께 외환보유고 다변화 움직임의 신호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는 다른 중앙은행의 매입이 이어지면서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앙銀 달러 하락에 좌불안석 = 인도는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려는 의도로 금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 러시아 등과 더불어 대부분 달러로 이뤄진 보유 자산들을 다원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특히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올들어 사상 최저 금리 정책 속에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눈은 주식이나 원자재 같은 높은 수익률의 자산으로 쏠렸다. 이 가운데서도 금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약달러를 헤지하는 주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에게도 적용된다. 평균적으로 전세계 정부들은 금 보유 비중을 지난해 9.9%에서 올해 12.6%로 확대한 것으로 집계된다. 절대적인 금 보유량을 늘린 영향도 있지만 금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 큰 원인이 됐다. 금값은 지난해 11월12일 이래 52% 올랐다.
스코샤 캐피탈의 에릭 닐슨 선임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정부가 미국 달러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인도정부는 2684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 자산 보유분의 헤지하기 위해 금 보유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전했다. 닐슨 이코노미스트는 또 “인도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이 달러를 대체하는 국제통화의 필요성의 강조해왔지만 변화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BMO 캐피탈 마켓츠의 바트 메렉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도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은 3.6%에 불과한데 대규모 금 매입으로 그 비중이 7%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도 나서나? = 그동안 금 매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차기 IMF 금 매입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특히 IMF가 적정 가격을 제시한다면 매입의사가 있다고 밝힌 중국의 추가 금 매입이 유력시된다. 2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인 중국은 보유 자산을 다각화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금 보유량을 600톤에서 1054톤으로 확대해 왔다.
데자뎅 증권의 브라이언 크리스티 애널리스트는 각국 중앙은행의 강한 금 수요가 금값 상승이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IMF 금 매입에 관심이 많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며 “중국은 추가 매수를 하기 전에 금 값이 좀 가라앉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수요 강해..계속해서 오를 것 = 이날 IMF 발표에 따르면 인도는 IMF가 빈곤국 지원 목적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한 403.3톤의 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00톤을 지난 10월 19~30일 동안 매입했다. IMF는 3000톤 이상의 금을 보유한 미국과 독일을 이어 세계 3위 금 보유기관이다.
인도의 이번 금 매입은 지난 30년간 중앙은행들이 실시한 원자재 단일 매매로는 최대 규모. 금을 비롯한 귀금속 투자 수요가 강하다는 신호로 여겨지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은 들썩였다.
블랭차드앤코의 데이비드 비암 부회장은 “인도중앙은행이 이정도 규모로 금을 매입했다는 것은 다른 수요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금값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이 올 연말 온스당 1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IMF와 시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 시장에 주는 충격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중앙은행 외의 다른 금 수요와 맞물릴 경우 가격이 추가로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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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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