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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지표 회복.. '출구전략' 본격화되나

3분기 GDP·9월 산업활동 호조로 경기낙관론 확산
정부는 "지속성장 확신 어렵다"며 '신중 모드' 고수


[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주요 경제지표들의 가파른 회복이 경기낙관론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확고한 경기회복세가 확인되기 전까진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으나, 지난 8월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최근 호주, 노르웨이 등까지 지난해 말 세계 경제ㆍ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들어서는 등 나라별로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도 선제적 출구전략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일련의 경제지표만을 본다면 우리나라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변되는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게 그리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2.9%로 7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당국과 시장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광공업생산이 1년 전에 비해 11% 오르며 20개월 만에 두 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한데다, 소비ㆍ투자 모두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여 경기회복에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9월 소비재판매액은 전년 동월대비 6.7% 증가했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5.8% 늘면서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이미 시장에선 지난 2월 이후 8개월째 2.0%로 동결돼 있는 기준금리가 이르면 연내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최근 우리 경제의 낙관론에 무게를 싣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도 시장의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재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자제해왔던 정부가 조심스럽게나마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의 '플러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이처럼 한결 여유로워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정부는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신중 모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지표 개선이 반가운 게 사실이나, 고용 부진과 이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성장을 확신키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한결 여유로워진 상황에도, 재정부는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신중 모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표 개선이 반갑긴 하지만 고용 부진과 이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성장을 확신키 어렵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3ㆍ4분기 지표의 경우 재고조정에 따른 내수시장의 '착시(錯視)' 효과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단기적인 지표 개선에 고무된 나머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거시정책의 '정상화'를 시도할 경우 자칫 우리 경제에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아누프 싱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국장도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경제전망(REO)' 컨퍼런스에서 "지난 1990년대 일본의 경우 일부 회복 조짐에 재정ㆍ통화 등의 부양책을 철회했다가 장기불황을 맞았다"며 "아직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 및 실업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경기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경기부양책을 내년까지 철회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역시 "국제유가 상승, 신종플루 확산 등과 같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출구전략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채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도 2일 국회 경제정책포럼(대표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 기고문에서 "현(現)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유동성을 본격적으로 회수한다면, 설비투자나 소비는 물론이고 생산까지 위축돼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代讀)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멀리 밝은 출구가 보이기는 하나 아직 터널을 빠져나오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시간이 더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번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마저 올 3ㆍ4분기에 전분기대비 3.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마감하는 등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가 지표상으로 확인됐다는 점 등에서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국제공조론'을 들어 출구전략 시행에 반대해온 정부 논리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당국은 이미 외화 유동성 회수와 은행의 해외 차입에 대한 보증 일몰 등 '미시적' 출구전략엔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 이후 신중히 검토하되, 자산시장의 '버블(거품)' 가능성에 대비한 가계 건전성 확보와 중소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 등을 위한 제도개혁은 지속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원장 또한 "경제위기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시행됐던 각종 조치를 정상화시키면서 부분적으로 나타난 문제에 대해 미세조정으로 대응한다면 경제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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