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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 대신 먹는 유제품 만들어 애국해야죠"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위기의 시대 명장에 길을 묻다' <16> 임상호 남양유업 음료개발팀장, 불가리스 등 만든 미다스의 손... '안전 먹거리' 자부심


'불가리스, 요구르트 이오,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 프렌치카페, 맛있는 우유 GT...'

요즘 잘 나가는 '대박' 상품들이다. 이들 상품을 한 사람이 기획해서 시장에 출시했다면 믿을까.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다.


지난 7일 찾아간 충남 공주시 장기면 봉안리에 위치한 남양유업 공주공장. 이곳에서 만난 임상호 음료개발팀장이 바로 이들 제품의 주인공이다. 기자가 찾아간 이 날도 임 팀장은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중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채 나타난 임 팀장은 기자를 보자 "인터뷰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임 팀장은 사내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남양의 히트상품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남양의 매출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덕분에 남양유업은 창사 이후 45년 만에 올해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성장의 분수령이 되는 '1조클럽'의 가입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임 팀장은 바로 남양유업의 이같은 성장 뒤에 있다.


임 팀장이 내놓은 제품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장건강 발효유 불가리스와 다섯가지 성분이 강화된 요구르트 이오를 비롯해 악마의 유혹 프렌치카페,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 고급가공유 시장을 개척한 우유속 진짜 씨리즈제품, 아인슈타인 베이비, 위건강 발효유 위력, 짜먹는 요구르트 리쪼 등 수 많은 히트제품을 탄생시켰고, 또한 우리가족 칼슘사랑, 빅키드, 3.4 스쿨, 깜유 등 많은 제품의 개발을 담당해왔다.


임 팀장이 음료개발팀을 맡으면서 처음 선보인 제품은 바로 차음료시장의 강자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이다.


"17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녹차가 갖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전국의 약령시장을 찾아다니며 수백가지 약재를 직접 다 먹어보며 17가지 소재를 일일이 선택했습니다. 먹어보지 않고는 정말 좋은 지를 알 수 없거든요."


이같은 수백가지의 원료에 대한 실험을 거치고 여러 성분을 혼합해 최적의 맛을 찾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여성을 타깃으로 300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 이처럼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 2005년 첫 선을 보인 17차는 바로 다음해 월 1000만개 이상씩 판매되며 대박을 터뜨렸다. 단숨에 차음료 시장을 석권한 것이다.


이에 앞서 유제품개발팀에 있을 당시 개발한 제품이 바로 컵커피시장의 점유율 1위인 '프렌치카페'. 1997년 선보인 국내 최초의 컵커피 매일유업 '카페라테'를 앞지르며 1350억원 규모의 컵커피시장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프렌치카페를 만들어낸 장본인에게 커피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커피제품 개발에 대한 지시가 처음 떨어졌을 때 사실 커피에 대한 알러지를 숨겼습니다. 그나마 원두커피는 덜하지만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맛을 보는 과정에서 한참 먹다보면 커피에 취해 어질어질하고 멍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나중에 커피알러지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다음에 상사에게서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개발했느냐 신기하다는 말을 들었죠."


지금은 그때를 돌이켜보며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무척이나 고역였던 일이라고 한다. 제품 시음을 위해 하루 수십 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배를 움켜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부담감은 또 있었다.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맛과 품질을 지향하다 보니 회사의 큰 기대는 물론, 설비부분에 많은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공장에서 맨 처음 생산을 했는데 이를 위해 50억원 가까이를 들여 설치한 커다란 포장 기계를 본 순간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회사에서 그렇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걸맞게 제품 개발을 잘해서 소비자에게 사랑 받는 제품을 내야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다행히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윗전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면서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했다.


가장 힘들었던 제품 개발에 대한 질문에 임 팀장은 '맛있는 우유 GT'를 꼽았다. 정말 좋은 우유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우리나라 낙농업 현실을 개선한 제품을 만들어냈지만 제품 출시 때는 사내에서조차 우려감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낙농업은 선진국에 비해 시설이나 자금 등의 측면에서 넉넉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낙농가의 90% 정도가 좁은 축사에서 소를 키우는데 이때 대부분의 젖소는 수입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사료를 먹고 있고 축사 분뇨 냄새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GT 우유를 만들다보니 이같은 국내 낙농업 현실에 대해서 알게 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GT공법을 개발해 정말 품질이 뛰어난 프리미엄 우유를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젖에서도 매운 맛이 나듯이 이같은 환경 때문에 국내 우유에는 '잔맛'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 이같은 냄새와 잔맛을 제거해주는 필수적인 과정이 바로 GT공법으로 한국에서는 이를 기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당연히 해야할 부분인데 프리미엄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들이 있지만 아이들의 입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임 팀장은 "대체의학품에 버금가는 유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의학품과 식품의 간격이 점점 줄어가는 최근 현실에서 앞으로 약을 먹지 않고도 식품을 통해 치유가능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일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국가 입장에서 엄청난 자금을 절약할 수 있는 애국의 길이 아니겠냐"며 밝게 웃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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