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사법과정.인권억압 비판은 숙명"
사회적 이슈에 의견표명.대안제시 등 불변의 역할
입범감시 TF팀 운영.사법위원회 기능도 대폭 강화
[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존재하는 한 입법과 사법과정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 역할은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백승헌 민변 회장은 19일 "민변은 20여 년간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 표명은 물론 입법ㆍ사법분야에서 감시 및 대안제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수요를 충실히 수행해왔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백 회장은 2006년 5월 민변 회장이 된 후 2년의 임기를 마쳤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2008년 5월 재임됐다.
그는 "시민과 법조계 사이의 간극을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민변 정체성에 맞춰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면서 "입법 부분은 쟁점 법안에 대해 의견을 꾸준히 발표해왔고, 사법 부분에서도 진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변의 의견이 실제 입법과정에 반영되는 데서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다는 게 백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는 "국민을 위한 더 바람직한 '사법상(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면서 "진성성을 갖고 꾸준히 대안을 제시하면 가능하다. 이 부분이 바로 민변의 발전 가능성"이라고 판단했다.
현재는 사무처를 중심으로 각 위원회 별 해당 분야 법률을 검토하고, 변론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더욱 안정화 및 체계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변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초 2명, 올해초 1명 등 총 3명의 상근 변호사를 채용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백 회장은 "이들이 좀 더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활동하면 감시 기능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면서 "민변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변을 센터화하는 등 네트워크 강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입법과정과 사법 감시를 위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위원회가 참석한 입법감시 태스크포스(TF)팀도 운영 중이며, 사법위원회 기능도 대폭 강화해 검찰ㆍ법원ㆍ군사법 등 영역을 세분화 해 체계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변은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와 관련,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해 사건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백 회장은 "현재 변호인단을 구성한 사건은 촛불집회, 전국공무원노조, 미디어법 등 30건이 넘는다"면서 "100여명의 회원 변호사들이 500명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이 사건들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핵심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민변이 일반 로펌에서 변호하기 쉽지 않은 이런 시국사건들을 담당하는 이유는 혹시 검찰이 정부의 눈치를 보다가 진실 규명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 회장은 "검찰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인 동시에 섬세함과 정당성이 약화됐을 때는 위협적인 존재도 될 수 있는 조직"이라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지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검찰권 행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아가는 과정인지 멀어져 가는 과정인지 성찰이 필요한 때"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이 검찰 성찰의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올바른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잃는 계기가 되고 있는 지를 생각할 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용산참사 사건 수사기록 비공개의 경우를 봐도 검찰이 누굴 벌을 주기 위한 것인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은 눈치보지 않고 힘 있는 자, 힘 없는 자 모두 동등하게 수사하고 기소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경우 판사가 개별적으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에 한 두 건의 판결로 판단하긴 힘들지만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백 회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신영철 대법관 파동을 보면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끈임 없는 감시가 필요하다. 어떤 판사도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당연한 패러다임이 현실화하는 데는 많은 땀ㆍ노력ㆍ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펌업계에 대해서는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주문했다. 백 회장은 "로펌은 법률에 대한 전문성을 기초로 법률문화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임무"라면서 "이제는 그 전문성을 살려 인권 보호ㆍ무료법률 서비스ㆍ법률구조 등 사회적 공헌활동을 더욱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시장 개방 및 로스쿨 운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백 회장은 "법률시장 개방 등을 통해 법률 서비스가 좀 더 나아지고, 변호사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다면 매우 좋을 결과"라면서 "로스쿨을 졸업한 새로운 법조인들은 단순히 판사ㆍ변호사ㆍ검사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금융ㆍ건전문 변호사 등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민변은 법률 전문가 단체ㆍ시민사회 단체의 일원ㆍ인권단체 등 몇 가지의 얼굴이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은 상호배타적인 게 아니라 입체적 존재의 여러 측면이다. 이런 활동들이 국민의 인권 증진과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민변의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임기를 마치면 그 때도 평가하겠지만, 항상 스스로에게 일반 국민들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했는가를 되 묻는다"면서 "국민들이 민변에 대해 비판ㆍ격려해주면 그 속에서 민변이 할 일이 생기고, 민변은 다시 사회ㆍ국민에 되돌려 주는 구조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백승헌 민변 회장 프로필>
▲1983년 사법시험 합격
▲1984년 연세대 법학과 졸업
▲1985년 사법연수원 수료
▲1986년 변호사 개업
▲1988년~2004년 대한변협 인권위원
▲1996년~1998년 민변 사무국장
▲1997년~2008년 법무법인 한결 설립(구성원 변호사)
▲2000년~현재 서울지방중소기업청 법률지원자문단
▲2000년~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2003년~2004년 대검 검찰개혁 자문위원회 위원
▲2003년~2006년 민변 부회장
▲2005년~2006년 한국방송공사 이사
▲2006년~현재 민변 회장
▲2008년~현재 변호사 백승헌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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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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