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아시아경제신문이 협찬하고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문화우리가 주관하는 '재개발지역 북아현동 아이들과 신문만들기' 프로그램이 이달 주중 목요일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북아현 뉴타운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70번지 일대 총 89만9302㎡에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라져가는 마을을 보존하는 움직임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업 중 하나인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우리동네기록'이라는 취지를 살리고 신문을 만들어 배포, 전시하게 된다.
$pos="C";$title="";$txt="금화아파트에 도착한 아이들 모습. 빈집들이 많았고, 문이 열린 곳이 간혹 있어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꼭대기에 자리해선지 아파트에서는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내다보였다. ";$size="408,544,0";$no="2009101906472477411_6.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이런 곳(금화시민아파트)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저쪽 1층에 불빛이 보이는데 선생님 저기 한번 취재 해봐요!"
꼬마 기자단은 취재열기가 대단했다.
지난 15일 목요일 오후 4시 드디어 '북아현3구역 마을신문 어린이 기자단'의 마을답사가 시작됐다. 추계예술대학 앞 '스파수퍼'를 시작으로 '금화아파트', '마을 통장의 집', 광염교회 근처 '떡볶이 가게'까지 난 골목길을 구석구석을 누볐다. 평소 친근했던 길과 장소들이 지난 기억을 상기시켰고, 다시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아파트 1호 금화아파트를 가는 길. 아래 마을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서면서 미현이는 불현듯 이 장소에서 '개목에 줄을 매달아 개를 괴롭히던' 이상한 할아버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조금은 끔찍하고 특이했던 기억이 바로 미현이가 생각하는 이곳의 느낌이다.
$pos="R";$title="";$txt="마을버스정류장 인근 일제시대 적산가옥의 모습. 1층에는 문구점이 있었다.";$size="255,340,0";$no="2009101906472477411_3.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버스정류장 아래로 난 골목길에는 일제 시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볼 수 있었다. 이 집은 2층에 원형의 큰 창문이 있고, 1층은 오래된 문구점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장난감이 진열장에 전시돼 있었다.
다시 오르막길을 향한 높은 계단과 빨래가 주렁주렁 걸린 집들, 채소밭 등이 있는 사이사이의 골목을 거치며 드디어 북아현동의 꼭대기에 자리한 금화아파트에 도착했다.
하늘색의 아파트 2동이 남은 서울 1호 시민아파트에는 현재 10명도 안 되는 거주자가 살고 있었다. 대부분 빈집에 스산한 기분을 나타내고 있었으니 영화 '소름'의 촬영장소였다는 것이 오버랩된다. 이곳은 또 동네꼬마들의 숨박꼭질 장소이기도 했다.
"누가 살고 있나봐. 옷하고 이불이 있잖아. 그릇이랑 샴푸도 있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 아파트와 근처의 모습을 샅샅이 사진기로 담아낸 아이들은 기자에게 취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신들도 한번 해보겠다고 시범을 주문했다. 아파트 1층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받아 적고는 그 장소에 집합. 예의를 갖추고 노크를 했을 때 다행히 취재에 흔쾌히 응하는 취재원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난 거주자는 손정환(남22)씨로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껏 쭉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손씨는 "1971년에 건립된 이 아파트 동은 앞으로 재개발이 되긴 하는데 땅은 시유지지만 건물은 개인사업자 소유로 철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평생 살았던 집이지만 낡아서 겨울엔 동파로 고생한다면서 다행히 전기나 수도는 잘 들어온다고 설명한다. 또 이사를 가야한다면 별로 아쉬운 게 없다며 고지대에 위치해 불편한 이곳을 떠나 편리하고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도 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신기한 듯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금화아파트 바로 옆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는 올해 입주가 시작된 동부센트레빌 아파트였는데 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다시 내리막길로 향하면서 마침 마을 통장의 집을 발견했다. 글자 그대로 '통장 집'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운 좋게도 통장의 아내인 아주머니가 집에 들어가고 있는 참이었다. 마을을 대표하는 이라선지 그 집 주변과 건너편 길가로 예쁜 꽃이 핀 화단이 가득했다. 집은 1층짜리로 60년이나 됐지만 6년 전에 새로 리모델링을 해 양호한 상태였다.
$pos="C";$title="";$txt="마을 통장님 부인을 취재하는 준환이와 집 외관을 보고 있는 명준이.";$size="510,382,0";$no="2009101906472477411_5.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준환이는 드디어 용기를 가지고 취재에 임하며 얼마나 오래된 집이며 집은 수리를 했는지, 재개발 되면 여기도 없어지는지, 또 취재원의 전화번호가 무엇인지까지 물어보는 열성을 보였다.
통장집을 지나 우리는 오래된 과일가게, 지난해 그려졌다는 계단의 벽화, 장애인복지관, 구멍가게를 지나면서 앞으로 일주일간 추가 취재해볼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금화 아파트가 공원이 돼 사람들이 살 곳 없어지면 이사를 가야 할텐데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사귄 친구들은 모두 헤어지는데 어떻게 될까요?" 미소는 재개발이 가지는 이주문제에 대해 어렴풋이 고민이 된 모양이다.
미현이는 "그 아파트 참 으시시한데 사람이 산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어요"라며 금화아파트의 모습에 놀라워 했다.
"처음이라 취재하는 게 떨릴 줄 알았는데 말씀해주신 분이 이웃에 사는 할머니 같아 하나도 떨리지 않고 재밌었어요. 평소 다니는 골목, 놀이터라 잘 몰랐는데 오늘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니 신기한 곳도 많고 북아현동은 재밌는 곳인 것 같아요" 이날 일일 기자 체험을 한 준환이는 마을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해졌다.
의성이는 "고양이가 도망치는 모습, 해질녁 노을, 아파트위에서 본 서울 모습을 찍는게 재밌었어요. 아빠가 이곳에서 일하시니까 아빠를 한번 취재해보고 싶어요"라면서 다음 취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도착지인 떡볶이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이렇게 아이들은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마을에 대한 애정을 더 키워가고 있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