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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재정 "정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민생안정"

직원들에 추석 편지.. "1년 가 수고 많았지만, 취약계층 위해 더 분발해야"

[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민생을 촘촘히 챙기는 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아니라 정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날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추석은 마음이 가장 넉넉해야할 절기다. 그러나 취약계층이 느낄 먹고살기의 고단함, 특히 미취업자나 실직자가 느낄 패배감과 좌절감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이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첫날부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소식으로 시작했다"며 운을 뗀 윤 장관은 "이에 맞서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보완 기능을 강화했고, 금리인하 등의 시장안정대책을 추진했으며 기업, 가계, 국회도 일자리 나누기와 추경 등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숨 가쁘게 1년을 달려온 결과, 얼마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원상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민간의 자생적 경기회복이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고,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해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 한 자락을 전한다"면서 직원들을 향해 "지난 1년간 정말 수고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경제위기는 가장 먼저, 경기회복은 가장 늦게 체감하는 취약계층에게 최근의 지표 회복세를 제시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경제가 좋아졌다는 건 ‘지표가 아니라 삶이 나아졌다’인데, ‘도대체 뭐가 나아졌다는 것이냐’는 취약계층의 반문과 원망은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론에 투영된 우리의 성적표가 미흡하다면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윤 장관은 최근 발표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위기극복 이후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내년 복지예산 비중을 역대 최고로 높여 잡은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55만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장애인 연금, 희망키움통장, 보금자리주택, 보육료경감 등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정책들이 서민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윤 장관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글 전문.


경제적 약자를 부축하고 희망을 얘기하는 한가위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우리 민족이 늘 넉넉한 정을 나누곤 했던 추석입니다.
잘 알다시피, 지난해 추석 연휴는 첫날부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소식으로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은 리먼의 파산을 두고 “하늘이 무너졌다(The sky was falling)”고 표현했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금융위기는 거의 실시간으로 세계화되었고, 실물로 번졌습니다. 금융·외환시장이 경색되고, 서민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과 소득이 급감했으며, 급기야 우리는 “제2의 아일랜드는 한국일 수도 있다”는 고약한 소문에도 시달려야했습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수정예산, 추경예산, 재정 조기집행 등 재정을 통한 경기보완 기능을 강화했고, 금리인하, 유동성공급, 달러스왑 등 시장안정대책을 추진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힘쓰고, 보호주의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기업, 가계, 국회도 일자리 나누기와 추경 등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그렇게 숨 가쁘게 1년을 달려온 결과, 얼마 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원상회복되었습니다.
주식 및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됐고, 실물경제도 개선 추세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나 투자은행들도 “한국이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민간의 자생적 경기회복이 시작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해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만, 그럼에도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 한 자락을 전합니다.
“직원 여러분, 지난 1년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속담에 “고양이 덕은 알고, 며느리 덕은 모른다”는 게 있습니다.
고양이가 어쩌다 쥐를 잡으면 그 공이 금세 표가 나지만, 며느리가 밥 짓고 빨래하고 쓸고 닦고 애 키우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고마운 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는 여러분의 고생과 노고를 잘 압니다.
특히 매뉴얼도 없는 전대미문의 국면에서 여러분이 보여준 박물관적 통찰력, 창의적인 아이디어, 일과 휴식의 경계도 없이 일상화된 야근과 주말 근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밤2시에 퇴근하면서도 ‘아직 야근중인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으로 살금살금 내려갔다는 어떤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매일 아침 내 책상에 놓이는 보고서와 회의 자료가 달리 보입니다.
참으로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역사적 전환기는 늘 승자와 패자를 가릅니다.
정부는 1년 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우리는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이뤄냈습니다. 세계체제의 새로운 거버넌스인 G20 시대를 맞아, 우리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국제 경제질서를 따르는 위치에서 만드는 위치로 발돋움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 회의에서 스탠드스틸(standstill)과 부실자산 처리기준 등을 주도한 것처럼 내년에도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이라는 핵심의제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조금 쑥스러운 말이지만, G20회의에서 만난 각국 장관들은 제게 인사말 삼아 ‘위기극복의 비결’을 묻거나 “한수 가르쳐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웃고 넘어갔지만 저는 ”시장과 국민들이 정부의 진단과 처방을 믿고 따라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시보 효과 (nocebo effect)라는 심리용어가 있습니다.
의사가 올바르게 처방해도 환자 본인이 믿지 않고 의심하면 약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플라시보(placebo) 효과의 반대 개념입니다.
이제 제가 왜 여러분에게 늘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신은 정책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입니다.
들쭉날쭉하던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의 성장률 전망이 점점 정부 전망치(올해 -1.5%, 내년 4%)에 수렴하고 있는 것도 다행입니다. 신뢰를 얻는데 국내외가 따로 없으니까요.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추석은 마음이 가장 넉넉해야할 절기입니다.
그러나 취약계층이 느낄 먹고살기의 고단함, 특히 미취업자나 실직자가 느낄 패배감과
좌절감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입니다.
사실 경제위기는 가장 먼저, 경기회복은 가장 늦게 체감하는 취약계층에게 최근의 지표 회복세를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것은 “지표가 아니라 삶이 나아졌다”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자명한 기준입니다.
때문에 “도대체 뭐가 나아졌다는 것이냐”는
취약계층의 반문과 원망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몸이 곧은데 그림자가 굽을 리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론에 투영된 우리의 성적표가 미흡하다면 우리가 더 분발해야합니다. 민생을 촘촘히 챙기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정부의 가장 큰 존재이유입니다.
특히 위기극복 이후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내년 복지예산 비중을 역대 최고로 높여 잡은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55만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장애인 연금, 희망키움통장, 보금자리주택, 보육료경감 등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정책들이 서민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2년 연속 공무원 임금 동결에 대해 진심으로 양해를 구합니다.
“서민을 부축하기 위해 우리 공직자들이 조금 양보하자”는 취지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가족과 함께 추석 명절 잘 쇠시기 바랍니다.
저는 2일부터 8일까지 IMF/WB 연차총회에 다녀오겠습니다.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2009. 9. 30.


윤증현 드림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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