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시계아이콘02분 57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항공우주의료원 항생훈련 체험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AD

건군 61주년 국군의 날을 사흘 앞둔 29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연병장. 국군의 날 예행연습이 한창인 연병장 상공에서는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블랙이글스 팀이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고속으로 비행하다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이글스팀은 초음속 비행과 급상승 및 좌우회전을 하는 등 고난도의 시범을 보여 보는 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했다.


블랙이글스팀은 물론, 전투기 조종사들이 이같은 고난도 비행술을 보이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위뼈를 깎는 훈련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게 공군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체험 훈련을 받은 기자는 거의 ‘초죽음’이 됐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F-4/5 조종사의 경우 7.3G상태에서 20초를, F-15K/F-16 조종사의 경우 9G상태에서 15초를 견뎌낸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사나 일반 항공기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잡기 위해서는 항공우주의료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곳은 조종사는 물론,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도 교육을 받은 곳이다. 지난 9일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옆에 위치한 의료을 찾았을 때 울창한 나무와 창공을 가르는 훈련기들은 평화롭게만 보였다. 그러나 전투기 조종사들은 항공우주생리교육훈련의 기본인 저산소, 가속도, 비행착각, 비상탈출 등과 같은 특수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교육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정신잃는 내성강화훈련장= 교관의 안내에 따라 간 곳은 내성강화훈련장. 내성강화훈련이란 전투기가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높일 때 신체에 생기는 온갖 현상을 익히기 위한 훈련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체현상이란 놀이공원의 바이킹이 빠르게 올라가거나 내려울 때 우리 몸이 느끼는 중력가속도를 뜻한다.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1G(G는 중력 가속도 단위·중력의 1배), 바이킹을 탈 때는 최고 2G정도를 느낀다고 한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공군 KF-16편대. F-4/5 조종사의 경우 7.3G상태에서 20초를, F-15K/F-16 조종사의 경우 9G상태에서 15초를 견뎌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체험할 중력은 6G. 그것도 20초 동안 버텨야 했다. 일반인은 4G 정도만 돼도 정신을 잃고 만다고 한다. 그래서 10명중 셋정도만 이 훈련을 통과할 수 있다고 교관들은 귀띔했다.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와 F-16 조종사는 음속의 2배 이상을 나는 만큼 9G에서 15초를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주력에서 밀려났지만, 속도에서는 뒤지지 않는 F-4팬텀과 훈련기로 밀려난 F5 조종사라면 7.3G에서 20초를 버텨야 한다.


가속도내성강화장비(G-LAB)에 올라 자리에 앉은 다음 뚜껑을 닫았다. 깜깜한 전방에 세 개의 불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G-LAB은 어른이 아이 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리는 것과 같은 원리로 분당 47회전 하는 속도로 돌리며 최고 15G까지 중력가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비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KF-16전투기. F-4/5 조종사의 경우 7.3G상태에서 20초를, F-15K/F-16 조종사의 경우 9G상태에서 15초를 견뎌낸다고 한다.



“준비됐냐”는 교관의 마이크 소리를 듣자마마 스틱을 잡아당겼다. 갑자기 온몸이 터질듯한 압박감이 밀려들면서 세 개의 불빛은 어느새 한 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피가 아래로 급격히 쏠리면서 시야가 좁아진 탓이다. 이렇게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그레이아웃(gray out),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블랙아웃(black out)이라고 한다고 했다.


교관이 훈련전에 알려준대로 호흡법을 해봤다. 3초 단위를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1초가 3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얼굴은 깊은 바다에서 수압을 받은 캔이 찌그러지듯 일그러졌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해도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은 별도리가 없었다. 어느새 20초가 지나 회전 속도도 줄드니 다시 1G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다리와 온몸이 후덜거려 제대로 일어설 수가 없었다.


항공생리훈련 교관인 최규완 대위(공사 48기)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적기를 피해 격추하는 고난도의 임무를 수행한다”면서 “이런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면 전투기 탑승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가속도내성강화장비(G-LAB)에 올라탄 기자. 이 장비는 회전력을 이용해 15G까지 중력가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사진=공군 제공>



◆부상위험 도사리는 비상탈출훈련= 쉴틈도 없이 비상탈출훈련에 돌입했다. 비상탈출장비는 1992년 미국에서 도입한 장비로 압축공기를 이용, 순간속도를 6G정도로 내 조종사가 탈출하게 도와주는 장비다. 조종사가 비상탈출 할때는 캐노피(조종석 뚜껑)가 자동으로 열리고 조종석이 위로 튕겨져 올라간다음 낙하산이 펴진다.


이때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조종사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자세를 익힐 수 있는 훈련을 부단히 해야 한다고 교관들은 설명했다.엉덩이와 어깨, 허리 등을 일직선으로 고정하자 탈출명령이 떨어졌다.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순식간에 3m높이로 올라갔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가속도내성강화장비로 속도를 내기전 1.03G인 상태 <사진제공=공군>



1시간가량 쉰다음 다시 공사 ‘에이스센터’로 이동했다. 이 곳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훈련목적으로 개발한 오보트론(Obortron)장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2003년에 도입한 것으로 3차원으로 회전하며 생도들의 근력을 강화시키는 장비라고 했다. 장비에 몸을 고정하자 상하좌우로 빙빙돌기 시작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이를 앙다물었지만 아래위로 혹은 좌우로 돌기시작하자 뱃속에 있는 음식물이 목청까지 차 올라왔다. 끝까지 이를 앙다물어 간신히 버텼다. 훈련시간은 5분이었지만 이 역시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방향감각 잃게 하는 비행착각체험= 겨우 균형감각을 찾을 즈음 비행착각체험을 위한 자이로 랩(GYRO-LAB)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비의 외형은 가속도내성강화장비와 비슷했다.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면서도 상하좌우로 위치와 경사에 변화를 주는 게 달랐다. 이렇게 하면 방향감각을 상실한다고 교관들은 설명했다. 한쪽방사으로 계속 돌다가 멈추면 몸은 아직도 돌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가속도내성강화장비에 올라타 중력가속도를 6G로 끌어올리고 11초를 경과한 상태 <사진제공=공군>



어두운 방안에 들어가니 한동안 도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체의 수평을 잡아보라”는 교관의 지시에 비행체 스틱을 움직여 수평을 잡아봤다. 이어 모니터를 켜보니 비행체는 한쪽으로 여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교관 정원철 중사(부사관 174기)는 “야간 비행 등 특수한 환경에서는 감각보다 계기판의 수치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면서 “야간 비행때는 비행체가 뒤집힐 경우 바다와 하늘를 구분 못해 추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만큼 이 훈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비상탈출훈련을 하기 위해 자세를 바로 잡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저압환경에서도 구구단 외우는 훈련도 받아= 마지막으로 고공저압환경훈련장으로 갔다. 높은 고도를 비행할 때는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져 간단한 논리사고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를 테면 구구단이나 덧셈. 뺄셈조차도 하기 어렵게 된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저압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비상탈출훈련은 조종석좌석이 공기압력에 의해 순간속도를 내며 위로 쏟아오른다. <사진제공=공군>



이날 훈련에서 저압환경은 높이 2만5000피트에 해당했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산보다 더 높은 높이로 저압환경을 만들고 산소마스크를 벗었다. 점점 어지워지기 시작했고 손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 구구단도 끝까지 적지 못하고 마스크를 써야했다. 오전 9시에 훈련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시계는 오후 5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창공을 가르며 우리의 영공을 방어하는 공군 전투기조종사들은 이런 훈련을 3년에 한번씩 2박3일동안 정기으로 받는다고 한다. 창공을 내려다보며 구름사이를 누비는 그들에게는 이처럼 험난한 고통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들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훈련목적으로 개발한 오보트론(Obortron)장비는 2003년에 도입해 생도들의 3차원적 회전운동으로 전신근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사진제공=공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훈련목적으로 개발한 오보트론(Obortron)장비는 2003년에 도입해 생도들의 3차원적 회전운동으로 전신근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사진제공=공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비행착각체험을 위한 장비(GYRO-LAB). 가속도내성강화장비와 똑같이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원을 돌리며 상하좌우로 위치와 경사에 변화를 준다.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진제공=공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비행착각체험을 위한 장비(GYRO-LAB)에서 훈련을 마치고 내려오는 기자. <사진제공=공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고공저압환경훈련. 고고도 비행시 공기가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간단한 논리사고도 하지 못한다. 예를들어 구구단이나 덧셈. 뺄셈을 하지 못한다. <사진제공=공군>


전투기조종사가 되는 필수과정은 고공저압환경훈련. 고고도 비행시 공기가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 간단한 논리사고도 하지 못한다. 예를들어 구구단이나 덧셈. 뺄셈을 하지 못하게 된다. <사진제공=공군>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