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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선 붕괴 전에 유증해야 하는데…"

나흘연속 하락에 추가하락 위기감 고조…자금조달기능 상실 우려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코스닥 지수가 최근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510선까지 내려오자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 더 늦기 전에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자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유증을 결의한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6개사에 달한다. 이번달 일평균 유증 결의 건수 2.3개사 대비 두배가 넘는 수치다. 이날은 코스닥 지수가 나흘째 약세를 지속하며 510선 붕괴 위기에 놓인 날이다.

하루만의 결과로 추세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번달 유증 공시가 가장 많이 게재된 지난 9일에도 5개사에 불과해 지난 28일 유증 공시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 주식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경영진에서 유증과 관련한 고민이 늘어난 눈치라고 귀띔한다.


헬스케어 업체로 변신을 준비 중인 모 상장사의 IR담당자는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경영진이 유증 일정을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수가 500선에 근접할수록 조급해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의 변화는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코스닥 지수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깨고 상승세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때는 유증을 통한 자금조달이 수월하다보니 회사의 호재와 주가 흐름을 봐가면서 유증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지수가 꺾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상장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호재가 많더라도 신규 사업 진행을 위한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코스닥 지수 하락으로 정상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장사뿐만 아니라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장사 경영진들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소위 '먹튀'라고 불리는 세력들은 빈 껍데기 상장사를 인수해 번듯한 신규 사업을 하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해 유증과 같은 자금 조달을 통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다.


지난해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일 때 비교적 잠잠했던 '먹튀'들은 올해 초 다시 활개를 쳤다. 지난해 10월 코스닥 지수가 바닥을 찍고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U-헬스케어와 바이오, LED 등 뜨는 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면 주가 상승은 물론이고 유증 청약 당시 뭉칫돈이 들어오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먹튀'들도 사업(?)이 수월했다.


하지만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로 방향을 선회할 것 처럼 보이자 서둘러 유증 결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들이 지수의 추가 상승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지수가 500선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시장 내에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진의 불안감은 비단 유증 공시 급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해들어 상장사들은 자사주 취득보다는 처분을 많이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처분 금액은 189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767억원에 비해 7.51% 늘었다.
반면 자사주 취득 상장사 수와 취득 금액은 238개사 40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6개사 8292억원에 비해 각각 19.59%, 51.32% 감소했다.


자사주 처분 증가는 가만 내버려둬도 주가가 상승하니 자사주 취득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자사주 처분은 주가가 꼭지에 도달했다는 내부 판단이 선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황에서 지수가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달 초에 비해 유증에 나서려는 코스닥 업체들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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