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세로 M&A 이어져..대출 등 어려움으로 한계 뚜렷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극심했던 금융위기로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명확히 엇갈린 상황을 틈타 살아남은 기업들이 싼값에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경기회복으로 M&A 큰 장이 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격적인 M&A가 늘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또 M&A를 성사시키기까지 현실적인 걸림돌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 M&A 행진, 왜?
연초까지는 화이자와 머크 등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려는 제약업체들이 M&A 시장을 주도했지만 점차 영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달 말 있었던 디즈니사의 마블 엔터테인먼트 인수부터 브라질 쇠고기업체 JBS의 미국 필그림스프라이드 인수, 도이치텔레콤과 프랑스텔레콤의 M&A 등 업계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큼 굵직한 M&A 사례만 10여건에 이른다. 미국의 크래프트푸드는 영국 제과업체 캐드버리로부터 인수제안을 거절당했지만 세계 최대 제과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침체기에 놓였던 M&A 시장이 다시 깨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M&A는 가장 쉽게 비용을 줄이고 신규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다. 브라질 JBS는 필그림스프라이드 인수로 미국 가금업계에 진출할 수 있게 됐고 디즈니는 엑스맨, 스파이더맨의 새 주인이 됐다. 이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제약사들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을 간단하게 이룰 수 있고 광산업체들의 경우 새 광산을 개발하는 것 보다 기존에 개발된 광산을 인수하는 편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제약업계에선 ‘신약 하나가 모든 인수비용 이상의 가치를 낸다’는 말도 있다.
또 최근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환위험(currency risk)이 줄어들었고 주가 변동성도 잦아들어 M&A의 적기라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M&A규모는 경제가 바닥이었던 지난해 동기 대비 5% 늘어난 상태다.
◆M&A가 독 될라..기업들 ‘신중 또 신중’
하지만 기업들의 의욕만큼 시장 여건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자본 확충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2년 전 M&A 붐으로 당장 돌아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캐피탈의 폴 슈너 투자담당자는 “사모펀드들의 경우 특히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모펀드들이 2억5000만 달러 이하의 비교적 작은 규모 M&A에 더 매달리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논의가 오가는 M&A 사례는 많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내년 초반 정도에 발표가 줄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M&A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대출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진 기업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훌리안 로키의 브라이언 맥도날드 투자 담당자는 “기업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M&A 계약을 맺는데 예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M&A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은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럭셔리 브랜드를 23억 달러에 인수한 인도의 타타 자동차는 2분기 5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1억700만 달러의 적자를 내면서 타타에 큰 부담을 줬다.
독일 최대 해운업체 해팩로이드를 인수했던 여행업체 TUI는 해팩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이를 구제하느라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가뜩이나 여행경기도 안 좋은데 해팩로이드를 지원하는데 2억1500만 유로를 내놓았다.
1990년대 영국과 미국의 M&A 100건을 가운데 M&A 비용을 만회하고 당초 목표했던 시너지 효과를 거둔 성공 사례는 25%에 불과했다는 맥킨지의 최근 조사 결과는 외형확장이 경쟁력으로 직결되니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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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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