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5 '나로호' 발사를 둘러싸고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니 '절반의 실패'니 하는 표현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있다.
나로호가 1단과 2단 로켓의 분리를 거쳐 정상적으로 발사됐다는 점에서 성공론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위성2호를 정상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으니 실패라는 논리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이미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가 만든 1단 로켓은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측이 제작한 2단 로켓에 탑재된 위성덮개인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이 추락했다는 점에서 한국책임론이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총괄적인 기술지원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책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러시아도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패가 절반으로 나뉜다는 속뜻이 '러시아의 성공'과 '한국의 실패'를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또한 여기에는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갈림길에서 우리가 발사 기회를 한 차례 더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복잡한 문제까지 얽혀 있다.
문제가 꼬이고 복잡해 보일수록 단순화와 통찰의 지혜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예전에 영국의 BBC방송이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을 묻는 '시청자 퀴즈'를 낸 적이 있다. 그 당시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도버해협의 해저터널에 설치된 유로스타라는 국제특급열차를 이용한다는 등의 각종 묘안이 쏟아졌다. 일부 시청자는 초음속 제트기를 타고 간다는 그럴듯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BBC가 선정한 영예의 1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 얘기에는 촌철살인의 통찰이 담겨 있다. 빠르게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운송수단에만 신경을 쓰는 차원을 뛰어넘어 시간 관념 자체를 훌쩍 넘어선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에 대해 굳이 평가해야 한다면 '성공적 실패'라고 평하고 싶다. 궤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로켓발사와 관련해 매우 귀한 경험과 노하우를 얻었다는 점에서 실패 앞에 '성공적'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성공이냐 실패냐의 이분법적 고정 관념에 더 이상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일천한 우주개발 역사를 가진 우리가 나로호 발사를 준비한지 불과 7년여만에 이정도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칭찬을 해줘도 아깝지 않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이 선보인 원격발사체 추적시스템은 초일류 수준으로 판명났다. 우리의 막강한 무선통신시스템을 활용, 발사체를 실시간으로 추적함으로써 '우주 내비게이션'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내년 5월 2차 나로호 발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갈 길은 멀고 마음은 급하다. 성공과 실패 논란에 매몰될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한국과 러시아는 우주개발의 공동운명체라는 마음가짐으로 협력의 손을 더욱 굳게 맞잡아야 한다. 서로를 성공파트너로 인정하려는 태도도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나라 과학자에 대한 믿음과 격려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국민의 염원이 4강 신화를 일궈냈듯이 우리가 믿으면 그들은 해낼 것이다.
우주개발을 국책과제로 격상시키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배려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주개척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우주개발과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일개 과(課)가 담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8전9기'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우주강국을 지향한다면 그에 걸맞은 독립기관 신설도 검토할만 하다.
이번 나로호 1차 발사는 실패의 진혼곡이 아니라 성공을 향한 신호탄이었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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