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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mm 휴대폰 승부사의 '폰生폰死'

삼성전자의 김진수 책임 디자이너 "휴대폰은 생활이다"

"승부는 0.1mm에 갈립니다. 손으로 쥐었을 때의 느낌, 버튼을 조작할 때의 촉감, 그리고 얼굴에 갖다댔을 때의 감각은 0.1mm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차이에서 결판이 나지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전략마케팅팀 디자인그룹 김진수(39ㆍ사진) 책임 디자이너는 0.1mm를 더하느냐 빼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휴대폰 디자인의 속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 완벽한 0.1mm를 찾기 위해 그는 휴대폰 하나를 디자인할 때마다 수 천번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버튼 하나하나, 휴대폰 구석구석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기 위한 노력은 고통스럽지만 늘 그렇듯 감동적인 창조를 선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동안 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간 휴대폰은 누적 판매량 4000만대의 'E250'(2006년 11월 출시), 최근 1000만대를 돌파한 '미니스커트폰(제품명 SCH-C220, 2007년 4월 출시)' 등을 비롯해 수 십종에 달한다. 여기서 거둬들인 매출만 무려 9조원에 이른다.

4000만대ㆍ1000만대…히트 제조기
올해로 디자인 경력 13년차인 김 디자이너의 초반 6년은 자동차 디자이너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삼성전자에 입사한 것은 지난 2002년 12월. 수미터짜리 자동차를 디자인해온 그에게 휴대폰은 마이크로(작은) 세상처럼 생경하기만 했다.


"자동차는 3~5mm 가지고 경쟁하는 데 휴대폰은 0.1mm 싸움이잖아요. 어느 날 세상이 갑자기 매크로(큰)에서 마이크로(작은)로 바뀐 것이지요. 그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경험은 하지만 그에게 시야를 넓혀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마음 속으로 휴대폰을 수백, 수천배 확대한 매크로 세상에서는 마이크로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길이 오롯이 드러났다. 남다른 감각과 열정으로 그는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그가 디자인한 E250은 지난 6월초 누적 판매량 4000만대를 기록했다. 시리즈 제품이 아닌 단일 모델로 누적 판매량 4000만대를 넘어선 것은 E250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또한 세계시장에서도 노키아 '1100'(2억대)과 모토로라 '레이저'(5000만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으로 기록된다.


"당시 유행했던 슬라이드폰은 화면의 상판과 키패드의 하판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대개의 슬라이드폰은 화면을 젖혔을 때 상판과 하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겨 눈에 거슬렀지요. 그래서 하판 측면을 살짝 들어올리는 디자인을 고안해냈지요."


두께도 고민이었다. E250을 디자인할 당시 휴대폰 업계의 화두는 슬림이었고, 김 책임은 파격적인 13.9mm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개발팀이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FM라디오,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등을 담기에는 턱없이 공간이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디자이너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직업입니다. 디자이너 욕심대로 13.9mm를 밀어붙일 수도 없고, 개발팀의 하소연대로 두께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지요. 결국은 이상과 현실을 동시에 끌어안는 판단을 내려야하지요.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14.1mm로 가게 된 것입니다."


E250이 김 책임에게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영광을 안겨줬다면 미니스커트폰은 디자인의 완성도를 갖춘 제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미니스커트는 나사자국과 작은 홈을 없앤 매끈한 몸매에 키패드 밑에 주름선을 첨가해 영락없이 여성들의 미니스커트를 연상시킨다. 미니스커트폰은 최근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하면서 '텐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터치폰 시대, 새로운 디자인 철학
최근 개막된 풀터치폰 시대는 김 책임에게 새로운 과제로 다가서고 있다. 널찍한 터치 화면이 휴대폰 전면을 차지하는 바람에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햅틱과 T옴니아의 계보를 잇는 풀터치폰 라인업을 최근 아몰레드로 확대한 데 이어 9월에는 '옴니아2'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디자인 전략도 CMF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컬러(Color), 소재(Material), 후가공(Finishing)의 머릿글자를 딴 합성어인 CMF는 색상, 소재, 가공처리를 통한 디자인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휴대폰이 폴더 형태에서 슬라이드 방식으로 전환되는데 5~6년이 걸린 반면 슬라이드에서 풀터치로 넘어가는데는 불과 2~3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터치폰은 전면의 상당 부분을 화면이 차지해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그런 한계에서도 차별화를 줘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갈수밖에 없지요."


김 디자이너가 최근 디자인한 삼성의 첫번째 '구글폰(모델명 i7500)'은 5개의 버튼을 비대칭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직관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구글과 오랜 협의 끝에 5개의 버튼을 두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풀터치폰 시대에가장 주목할 것은 휴대폰 디자인 전략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하드웨어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사용자 환경(UI)로 인식을 확대해야 합니다. 터치폰 시대에는 하드웨어 디자인과 함께 UI가 중요한 디자인 전략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지요. 최근 발표한 햅틱 아몰레드폰에 3D UI가 탑재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지요."


시대에 따라 디자인은 전략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 철학만큼은 요지부동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디자인이 삶속에 녹아있고, 삶이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곱씹게 한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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