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상 첫번째 1차치료제 효능 검증 결과
항암제 '이레사'가 비흡연자 등 특정 폐암환자에게 더 큰 효과를 보인다는 첫번째 한국인 대상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환자별 맞춤요법을 통해 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폐암컨퍼런스(WCLC)에서 3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를 첫번째 치료제로 쓰는 방법은 한국인 폐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지 못했으나, 그 외 지표에서 우수한 결과를 낳아 초기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FIRST-SIGNAL'라 명명된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통계청, 고려대학교 등이 참가한 연구자 주도 임상 3상 시험이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폐암환자 309명에게 이레사 혹은 표준항암제를 투여해 그 효과를 비교했다.
WCLC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기존 치료법보다 전반적인 생존율(Overall Survival)을 개선하지 못했으나 반응률, 독성 등 측면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며 "특정 한국인에게 1차 치료제로서 적절한 치료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이 밝힌 '특정 한국인'이란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흡연경력이 없는 사람, 선암(폐암의 일종) 환자를 말한다. 또 EGFR이란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사람도 해당된다.
이 원장 등은 3b나 4기로 진단받은 폐암환자 159명에게 이레사를, 150명에게는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이란 화학항암제를 투여했다.
연구결과 1차 목표인 '전반적 생존율'은 두 그룹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레사 그룹에서 반응률과 무진행생존율(PFS, 질병악화 없이 지낸 생존기간)이 보다 우수했다. 중증의 독성반응도 이레사군에서 더 적었다.
이레사 그룹에서만 분석을 해보면,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그룹의 PFS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배 가량 길었다. 반면 화학항암제 군에서 돌연변이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 원장은 "비흡연, 선암 환자에게 EGFR 검사를 시행해, 돌연변이가 발견된다면 이레사와 같은 약물을 1차로 투여하는 것이 적합하며, 돌연변이가 없다면 표준요법인 화학항암제를 투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나 3차 치료제로서 이레사의 효과를 본 연구는 많았으나, 이레사를 한국인에게 1차 치료제로 사용해 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식약청 허가사항에 따르면 이레사는 비흡연자, 여성, 선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환자에게만 2차로 투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가진 환자라면 1차 치료제로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향후 허가사항 변경 등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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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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