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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서브프라임 사태' 日열도 초긴장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전 세계에 금융 쓰나미를 몰고 온 가운데 '일본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총무성의 연간 조사결과, 실소득에서 모기지 대출금 상환에 들어가는 비율은 2008년말 현재 20.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 산하 주택금융지원기구의 조사에서는 지난해 주택압류 건수가 전년보다 35%나 많은 1만6577건으로 집계, 이 역시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또 총무성이 2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빈집이 756만 채에 달해 총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1%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불황에 따른 기업들의 대량 감원사태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모기지 대출금 상환 연체율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업시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을 보증해 주는 보험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산케이 신문의 최근 조사에서는 지난 4~6월 3개월 동안 모기지 대출상환 보증보험의 신규 가입자 수가 월평균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27일)는 일본 정부가 1998년 당시 주택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해 마련한 금리정책이 이처럼 일본판 서브프라임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연율 2%라는 사상 최저수준의 '모기지 금리 플랜'을 시행했다. 하지만 2%라는 낮은 금리에 현혹돼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에 급급했던 서민들이 놓친 한 가지가 있었다. 당시 '모기지 금리 플랜'은 초기 금리 2%로 시작해 점차 오르는 구조로 설계됐던 것.


10년 후인 2008년 이 금리는 4%로 2배나 뛰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꿈을 짓밟았다. 또한 금융 위기에 휩쓸려 일본 경제가 전후 최악의 수준까지 추락한 지금, 일본의 서민들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거나 일자리는 보전하고 있어도 임금, 보너스 삭감으로 모기지 상환 여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일본판 서브프라임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일본 부동산 위기가 12월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 5.2%에 달한 실업률이 연말에는 5.6%의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관측, 그럴 경우 모기지 연체율은 한층 더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永浜利廣)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주택경기 회복에만 치우친 나머지 서민들의 생계만 위협하는 꼴이 됐다"며 "정부는 일본판 서브프라임 사태의 도래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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